[대선 기획 4-후보자 검증] ② 안철수, 과제는 '소통·선명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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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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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한국 정치 체제의 분수령인 5·9 장미 대선의 막이 올랐다. 대권 재수생도, 대권 초년생도 피할 수 없는 길목에 들어섰다. 본선의 백미인 ‘후보자 검증’이다. 검증과 네거티브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본래 네거티브는 포지티브의 반대 개념이다. 87년 체제 극복을 위한 비전 제시가 포지티브 캠페인이라면, 네거티브 캠페인은 두려움 전파를 통한 갈라치기 전략이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리로 한 안보관 공세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간 한국 선거 과정에서의 네거티브는 없는 사실을 만들어 의혹을 증폭시킨 뒤 상대방에게 덧씌우는 일종의 ‘낙인찍기’로 통용됐다.

사실과 근거에 따른 의혹 제기와는 결이 달랐다. 본지는 각 정당 후보자 5인의 현미경 검증을 통해 한국 사회의 ‘포스트 신질서’ 체제 개편을 위한 길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문재인을 이길 사람, 누굽니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에는 최근 '목소리'가 추가됐다. 낮고 나직한 그의 목소리는 크고 굵직한 중저음으로 변했다. 스스로 "간절함이 더 커졌다"고 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직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를 강하게 주장하며 '간철수'라는 별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안철수가 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포용력 및 소통 부재, 모호한 '슬로건 정치' 등이 대표적이다. 광주지역 경선 선거인단 동원 의혹도 풀어야 하는 숙제다.
 
◆ 안철수, '포용·소통의 리더십' 절실
 
안 후보가 정치에 입문한 지 5년이 지났다. 2013년 국회에 입성해 당 대표를 맡기도 하고 탈당해 정당도 창당했다. 짧은 정치경력이지만 굵직한 역할을 도맡았다.
 
하지만 화려한 이력에 비해 그에게는 리더로서의 포용력이 아쉽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2012년 대선 출마 당시 '진심캠프'에서 함께 뛰었던 멘토단이 대표적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이헌재 전 부총리, 고려대의 장하성·최장집 교수, 금태섭 의원과 송호창·류근찬 전 의원 등 굵직한 인재들이 그를 '거쳐' 갔다.
 
특히 금 의원은 자신의 회고록인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서 캠프의 최대 문제로 안 후보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청춘콘서트를 함께했던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이른바 비선실세 역할을 하며 안 후보와의 비공개 회동으로 선거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폭로였다.
 
인력 규모만 봐도 차이가 난다. 과거 150여명에 달했던 진심캠프에 비해 이번 안 후보의 '국민캠프'는 60여명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인력들도 대부분 실무형이다. 주변의 인재들이 떠나갔다는 지적과 관련, 안 후보는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후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은 한 정당을 이룰 정도로 훨씬 더 많은 인재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에 이르고 구속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지도자의 독선이다. 차기 대통령은 혼란스럽고 분열된 국론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안 후보의 리더십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는 이념적으로든 대인관계든 치우치지 않은 중도적 삶을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우 인사들을 끌어안고 자신의 용광로에서 녹여가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거대담론만 있는 슬로건 정치, 모호한 소신 지양해야
 
안 후보 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새 정치'다. 기존의 구태를 깨고 새로운 상식을 정립한다는 취지로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새 정치는 '모호함'만 남겼다는 혹평이 지금은 지배적이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이 땅의 시민 누구나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하고, 여야는 이념적·정략적 대결을 끝내고 국민의 삶의 문제를 가장 우선으로 대화하고 합의점을 찾자."
 
국민의당 창당 전인 지난 2015년 12월, 그는 기자회견에서 신당 기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대선 주자들이 말하는 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어떻게'다. 그러나 안 후보는 당시에도 "기존의 새 정치 플랜과 큰 방향은 바뀐 것이 없다"면서 거대 담론과 원칙적인 방향만 설파했다.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왔다.
 
최근 모호한 모습은 많이 벗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최순실 사태를 놓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하야 촉구, 그러면서도 촛불집회에는 불참한 모습 등에서 이전에 비해 명확해진 소신이 보인다는 얘기다. 안 후보는 당시 광장의 한쪽에서 정치인이 선동을 하면 안 된다는 기조를 내세우며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여전히 안 후보는 좌우 양쪽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 코스프레, 얼치기 좌파 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최근 등장했다. 일례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안 후보가 "국민의 요구가 있으면 사면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라고 답하자, 정치권에서는 표 계산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공격이 쏟아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완전국민경선 19대 대선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소규모 의석…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 

안 후보는 국민의당 경선에서 연승을 거두며 컨벤션(정치적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효과를 얻은 데다, 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 지지층의 표가 쏠리면서 지지율이 고공상승 중이다. 여기에 '강철수'로서의 변모가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원장은 "안 후보가 최근 지지율이 급등했지만 이는 민주당 경선 이후 표 분산에 따라 (비문재인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것일 뿐 스스로 낸 발광효과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약한 안철수에서 강한 안철수로 거듭났다면, 이제는 유능한 안철수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며 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국정운영 경험이 있다는 게 근거다.

반면 안 후보는 의사, 벤처기업 경영인, 대학 교수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지만 문 후보에 비해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 더구나 40석의 국민의당 의석으로 집권 후 국정 운영을 해 나가기 쉽지 않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협치가 불가피한 부분이다. 

안 후보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150석 이상의 집권여당 후보였지만 협치가 됐나. 정국 운영은 더 난항을 겪고 악화됐다"며 의석수의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이 집권해도 여소야대, 민주당이 집권해도 여소야대인데 한 계파에 매몰된 경우에는 협치가 힘들다"면서 중도적 위치에 선 자신이 협치 운영의 적임자임을 자신했다. 

◆ 불법 선거인단 동원 의혹 털어야

'완전국민경선제'를 실시한 국민의당의 이번 경선은 총 7차례에 걸쳐 지역별로 이뤄졌다. 통상 선거인단을 사전에 모집하는 방식이 아닌, 순수 현장투표라는 일종의 실험이었다.

총 18만4184표의 유효투표 수 가운데 안 후보는 13만3927표, 득표율 72.71%로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당내에서는 흥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광주지역 경선에서 불법 선거인단 동원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전남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불법 동원 혐의로 국민의당 당직자 2명을 광주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선거인을 모집하고 차량 제공 및 운전자 수당과 차량 임차료 제공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게 선관위 측 설명이다. 

국민의당은 자체적으로 파악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약 우리가 개입된 것이 있다면, 출당조치 등 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문재인 후보 캠프의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박광온 의원은 "안철수 후보는 ‘차떼기’ 동원의 실상을 밝히라"고 논평을 냈다.

특히 그는 안 후보가 지난달 24일 호남 경선을 앞두고 전주의 한 단체에서 초청강연을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을 문제삼았다. 박 의원은 "기념사진에 함께 서 있는 인사들이 전주지역 조직폭력과 관련이 있다는 논란이 있다"면서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선거인단 ‘차떼기’ 동원을 위해 조폭의 손을 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전날 노 전 대통령의 사돈 음주운전 은폐 의혹을 받은 문재인 후보를 겨냥하며 "저를 포함한 모든 후보가 철저히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역으로 안 후보 역시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문 후보 측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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