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 울산광역시가 올해 '2017 울산방문의 해'를 맞아 외국인 유치에 공을 들였지만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로 '유커'(游客)의 발길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지난 2일 '칼레도니안 스카이'(Caledonian Sky)가 울산항에 입항했다. 호주관광객을 실은 이 크루즈선은 울산 태화강십리대숲을 거쳐 경주로 빠져나가는 일정이었다. 오는 6월까지 중소형 크루즈선이 일본을 출발해 봄시즌 울산항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울산시가 내놓은 관광정책을 받쳐 줄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22명으로 구성된 외국인 단체관광팀이 울산을 방문한 뒤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등을 둘러보고 도심 호텔에서 1박 한 뒤 다른 시도로 이동했으나 이 같은 숙박 여정은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울산시내에서 머무는 경우가 드문 실정이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경우 하루라도 머물게 해야 재방문 등 마케팅 효력을 발휘하지만, 방문객 수가 미미하다. 그나마 울산을 찾은 관광객이 한두 군데 들렀다가 저녁 이전 다른 시도로 빠져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외국인 숙박 여행객 유치의 실패는 근본적으로 야간에 외국인 관광객을 붙잡아 놓을 울산의 관광자원이 부족한 데다 지난해 중국에만 의존한 마케팅 때문이다.
시 관광마케팅과 관계자는 "이번에 울산항으로 들어온 관광객들(호주인)은 태화강십리대숲을 방문, 국악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전부였다"면서 "앞으로 관광콘텐츠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울산을 찾아 숙박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2월까지 모두 합쳐야 555명에 불과하다.
중국 관광객의 경우 지난 1월엔 130명이었다가 2월엔 90명으로 급락했다. 나머지는 대만과 홍콩 관광객이 대부분을 차지, 유럽이나 미주지역 관광객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외국 관광객의 국적이 편중돼 있다.
특정 국가에 치우치지 않은 인근 부산지역의 외국인 방문객 추이를 감안하면 중국 유커 유치에만 치중하는 울산시의 해외 관광마케팅 능력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다.
부산의 경우 올 들어 2월까지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9.4% 늘어난 38만6444명에 달한다. 이들 관광객 가운데 부산에서 숙박한 숫자는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울산 방문객과 비교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을 찾은 외국 관광객 가운데 중국 관광객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사드 사태로 11만5385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12만225명보다 5.4% 감소했다. 하지만 일본 관광객이 올해 6만4004명으로 지난해 대비 24%나 늘어 중국인 관광객 감소분을 상쇄했다.
또한 태국이 전년 동기 대비 60.8%, 대만 26.2%, 말레이시아 10.3% 등으로 관광객수가 늘어 전체 외국인 관광객수 증가를 이끌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2017 울산방문의해'를 앞두고 중국에서 관광객 유치 마케팅을 많이 벌였지만 사드 사태로 큰 차질을 빚게 됐다"며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다국적 여행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울산항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항으로의 중심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한 울산항만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과 특화프로그램을 개발해 중·소형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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