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만 바라보는 사채권자들… 채무재조정 극적 타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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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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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서울본사 앞.[사진=유대길 기자]


아주경제 노경조·윤주혜 기자 = 산업은행이 10일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과 관련해 열리는 설명회에서 제시할 '회사채 우선상환' 카드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한 것은 아니다. 만기가 연장(3년)되는 회사채에 산은이 보증을 서달라는 요구의 절충안이다.

국민연금 등은 대우조선의 불투명한 미래를 이유로 산은에 보증 조건을 내걸었다. 출자전환한 주식은 대우조선 주식 거래가 재개되면 유동화할 수 있지만, 만기 연장 회사채는 회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3년 후인 2020년에 대우조선이 계속 기업으로 있을지 알 수 없고, 대우조선의 자금 상황이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사실 주식 거래 재개도 올 3월에서 하반기로 목표 시기가 미뤄진 만큼 예단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산은은 만기 연장분의 상환 보증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손실을 분담한다는 '자율적 구조조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의 경우 4월 이후 대우조선 신규 수주와 관련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후순위로 조정하고, 의결권이 없는 상환전환우선주로 출자전환이 가능토록 확약서 내용이 수정됐다. 이는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이뤄졌다는 게 산은 측 설명이다.


산은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과 관련한 오해를 해소하고, 무산될 경우 법정관리의 일환인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설득은 나머지 기관·개인투자자의 의사결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산은과 금융당국은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실제 농협과 수협, 신협 등 상호금융권에서는 뚜렷하게 의사를 표현하기보다 전체적인 흐름의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며 "같은 사채권자여도 국민연금 등 금액이 큰 곳의 동향을 보고 논의를 진척시킬 방침이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회사채를 차질 없이 회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회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며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 며칠 안에 가부(可否)가 나지는 않을 것"고 전했다.

결국 국민연금의 손에 달린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투자관리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 방안 수용 여부를 검토했으나 번번이 최종 결론은 내지 못했다. 오는 17~18일로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를 약 일주일 남겨둔 상황에서 이번 주가 최대 고비다.

국민연금 측은 "사채권자 집회 개최 전 대우조선과 산은이 책임자로서 투자자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먼저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며 "우리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되고, 조율해 나갈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1조3500억원)의 30%에 달하는 3887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오는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4400억원 중 2000억원(45.45%)도 국민연금이 갖고 있다.

대우조선은 내년까지 1조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지원 가능액은 4000억원으로 빠듯하다. 이에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어려운 상황을 인지하고, 무분규 및 전 직원 임금 10% 추가 반납 등에 최근 합의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채무 재조정 실패에 대비한 P플랜도 준비 중이다. 이미 실무적인 준비는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핀테크 데모데이 개최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우조선 구조조정의 절차와 과정, 방법은 흔들림 없이 정해진 대로 갈 것"이라며 "대우조선 사채권자는 어떤 선택이 경제적 실익이 클지 스스로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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