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시리아 공습의 목표는 아사드 정권의 축출이 아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의 격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뇌부 사이에서는 화학 무기 공격의 책임을 물어 아사드 정권을 즉각 축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시리아 해법을 두고 당분간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 "시리아 기반 IS 격퇴 우선" vs "정권 축출해야" 의견 엇갈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리아 공습의 주요 타깃은 아사드 정권 축출보다는 시리아 기반으로 활동하는 IS를 격퇴하는 것"이라며 "아사드 대통령의 운명은 시리아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독재 정권 몰락 이후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리비아 상황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아사드 정권을 무리해서 전복시키기보다는 IS 격퇴를 우선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 정부가 아사드 정권의 교체에 관여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는 NBC 등 또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 정부를 이끈다면 더는 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며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IS 격퇴와 아사드 정권 축출, 이란의 영향력 축소 등의 연쇄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미 국가안보사령탑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폭스뉴스 등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틸러슨 장관이나 헤일리 대사 모두 공통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며 "IS에 대한 군사 작전과 아사드 정권 퇴진을 위한 정치적 과정을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 아사드 정권 통제 관련 '러시아 책임론' 부상
러시아 정부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시리아 해법에 대한 미국 내 입장차가 꼬일수록 러시아 책임론도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이번 화학 무기 공습은 지난 2013년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이 약속한 화학 무기 폐기에 대한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며 "러시아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주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있는 틸러슨 장관은 시리아의 화학 무기 폐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러시아 정부 측에 아사드 정권과의 관계 재검토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9일 전화회담을 통해 "미국의 공습은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 행위"라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 측의 요구에 응할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까지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IS와의 격퇴전에서 잠재적인 파트너로서 표현했었다. 그러나 지난 4일 시리아 정부군 소행으로 보이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아기와 어린이 등 민간인 최소 85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내려 시리아 공군 부대를 향해 미사일 발사를 단행하는 등 즉각 군사 행동을 벌인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습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에 있어 시
리아를 활용하고자 하는 미국 정부에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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