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검증-경제민주화] 재벌개혁 통한 경제민주화…정부의 발 빠른 움직임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지난 2012년 치러진 18대 대선의 최대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특히 당시 보수 측 대선 주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지지를 받았다.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빈부격차를 평등하게 조정하자는 취지의 경제민주화는 박 정부 초기 경제정책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경제활성화에 밀려 뒷전으로 사라진 데다, 정치권과 재벌의 유착 관계까지 드러나는 등 제대로 된 성과는 없었다.

이번 19대 대선 역시 '경제민주화'가 등장했다. 다른 점은 대부분의 대선 후보가 '재벌개혁'을 겨냥한 경제민주화를 천명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더불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재벌 적폐 청산이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라며 재벌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공정 성장론을 내세워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경제 성장 주력으로 삼아 대기업 위주 경제 체제를 개혁하겠다고 강조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대동소이하게 재벌개혁 프레임을 내걸었다. 다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자유시장경제 옹호를 내세우며 대기업 규제와 금산분리 정책 등에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에 열을 올리자, 정부는 발 빠르게 이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경제민주화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선을 앞두고 한 발 앞서 경제개혁 이슈를 꺼내들었다.

대기업 제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공정위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 검토에 이어 집단소송제와 사인의 금지청구권제 등 연이어 경제민주화 카드를 꺼냈다.

우선 공정위는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현행 총수일가 지분율 30% 이상 상장기업을 지분율 20% 이상 상장기업으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이미 법안이 많이 제출된 것처럼 상장·비상장을 불문하고 모두 20%로 낮추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준이 확대되면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등 총수 일가 지분이 30%에 조금 못 미치는 상장사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된 지 2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직 검증이 안 된 상태라며 난색을 표했던 그간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또 45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기업을 상대로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점검 대상은 자산 5조원 이상 총수가 있는 45개 기업집단에 소속된 계열사 중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 225개사다.

지난달 31일에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도 주장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일부가 가해기업을 상대로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증권 분야에 한해 제한적으로 도입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불법행위를 통해 얻은 이익보다 훨씬 큰 금액을 배상토록 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올해 초 고의로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혔을 때는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도록 제조물 책임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 한 바 있다.

최근 연이어 경제민주화 이슈를 내놓는 것은 대선 주자들의 공약과 궤를 같이한다는 지적이지만, 정부는 경제민주화의 경우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고 대선 주자들의 공약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고 새 정부가 들어와도 계속 추진해야 될 사항"이라며 "유력 대선 후보의 공약에 맞춰 정책을 고려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