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시진핑 부부 앞에서 중국민요 부르는 아라벨라[홍콩 봉황망 캡처]
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중국에서 '여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방카는 모델 출신의 늘씬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더불어 지성까지 겸비했으며, 사업적 성공과 행복한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완벽한 슈퍼맘 이미지로 중국 여성들의 롤모델로 떠올랐다.
그는 지속적인 '친(親)중국' 행보를 이어나가며 트럼프의 반(反)중국 언행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방카는 '퍼스트 도터(Firts daughter : 대통령 영애)'이지만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서 핵심 실세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관계 호전의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퍼스트 도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이방카는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자신의 아이들이 중국어 노래를 부르는 등 중국과 관련된 영상을 꾸준히 올리며 중국인들의 호감을 샀다. 지난 7일 미·중 정상회담 당시 이방카는 다섯 살배기 맏딸 아라벨라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부부를 위해 중국 민요 ‘모리화(茉莉花)’를 부르는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해 화제가 됐다.
정상회담 이틀 전에도 이방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막내아들 시어도어와 함께 중국어가 적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공개하며 '중국사랑'을 과시하기도 했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친중국적인 행보를 하는 이방카가 양국 관계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중국 전문직 여성들이 특히 이방카에 열광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트 이방카'를 꿈꾸는 이들은 휴대전화나 태플릿 PC에 이방카의 사진을 저장해놓고 이방카의 생활습관을 따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방카가 오전 6시에 일어나 충전을 위해 하루 30분 이상 독서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일부 열정적인 여성들은 그대로 따라하며 '이방카 따라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생활 습관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 역시 '이방카 따라잡기'가 유행이다.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이방카라면 어떻게 할까(如果是伊万卡会怎么做)"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이는 도덕·윤리적 선택에 직면했을 때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영어권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현인 '예수라면 어떻게 할까(What would Jesus do)'를 인용한 말이다. 그만큼 이방카가 중국 여성들 가운데 선망의 존재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류웨이둥(劉衛東)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이방카의 이미지가 매우 좋다"며 "미·중 외교관계의 불확실성에 따른 중국인의 불만을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젊은 중국인들 가운데서는 이방카가 두뇌를 가진 미국의 '진짜 대통령'이라는 인식도 형성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사진=연합/AP]
치솟는 이방카의 인기를 증명하듯 이방카의 중국식 표기 ‘이완카(伊萬卡)’를 사용한 신발, 스파, 성형, 도자기 상품들도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방카의 이름을 딴 '짝퉁' 브랜드 역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중국 공상행정관리총국 검색 결과에 따르면 최근 '이완카'라는 명칭의 상표는 227개에 달한다. 종류도 주류에서부터 생리대, 의류, 화장품, 내의, 유리컵까지 각양각색이다. 이완카뿐만 아니라 'Ivanka', 'Iwanka' 등 영문 유사 명칭과 이완카라는 이름의 회사들까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이방카 인기 바람을 타고 짝퉁 브랜드가 계속 생겨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뾰족한 방안은 없다.
중국 법은 기업들이 외국 명칭을 중국어로 번역해 사용하는 것을 허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을 걸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도 불확실해 패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방카의 아버지인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기업인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중국에서 '트럼프(TRUMP)'라는 상표를 두고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소송을 냈지만 거듭 패소했다. 그러다 10여년 만인 지난 2월 14일 'TRUMP' 상표등록에 겨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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