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이정수 기자 = 상위 제약사인 녹십자와 한미약품이 형제경영에 들어가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형제경영은 경영진의 상호 이해도가 높아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회사를 운영하는 장점도 있다. 동시에 형제 간 갈등이나 반목으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공존한다.
제약업계의 대표적인 형제경영 사례는 중견 제약사 대원제약이다. 1958년 세워진 대원제약은 형제경영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982년 이 회사에 입사한 백승호 회장(60)과 1985년 들어온 백승열 부회장(58)은 2002년 공동대표 자리에 올랐다. 두 형제는 제약사의 핵심인 신약 연구·개발(R&D)과 영업을 나눠 책임지고 있다. 미국 남가주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백 회장은 경영과 영업을, 미국 조지아대에서 유전공학석사를 취득한 백 부회장은 R&D을 각각 맡고 있다.
이 같은 경영 방식 덕분에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출시한 신제품 5개 모두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2015년 내놓은 먹는 감기약 '콜대원'의 경우 올 1월 누적 판매량 500만포를 돌파했다. 매출도 동반 상승했다. 2001년 3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6년 매출 2407억원으로 8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매출은 28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조아제약은 2014년부터 형제경영을 시작했다. 창업주인 조원기 회장의 장남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온 조성환 부회장(46)은 수출과 바이오 부문 R&D를, 한양대 경영학과 출신인 차남 조성배 사장(44)은 국내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두 형제는 해외 진출을 활발히 모색 중이다. 지난해엔 베트남에 동남아 시장을 전담할 사무소를 내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 540억원의 10%가량(50억원)이 수출에서 나왔다.
모든 형제경영이 좋은 결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 대웅제약은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의 차남과 삼남이 수년간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벌였다.
차남 윤재훈 전 부회장(55)과 삼남 윤재승 회장(54)은 경영을 번갈아가며 맡았다. 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검사 출신인 윤 회장은 1997년부터 12년간 대웅제약 대표이사로 회사로 이끌었다. 그러다 2009년 4월 형인 윤 전 부회장에게 이 회사 대표이사직을 넘겨준 후 사실상 경영 일선을 떠나 있었다.
경영권 경쟁은 2012년 윤 회장이 대웅제약과 지주회사 대웅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일단락됐다. 동생에게 밀린 윤재훈 전 부회장은 현재 연질캡슐 제조업체 알피코프 회장을 맡고 있다. 알피코프는 지난해 대웅그룹에서 분리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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