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협회 이름에 ‘제약’ 외 ‘바이오’를 추가한 듯하지만, 그만큼 현재 제약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기존 합성 의약 중심에서 바이오 의약 쪽으로 크게 선회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바이오 의약품은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와 단백질 등 생체 물질을 원료로 만든 약으로, 인체에 해를 끼치는 독성이 낮고 난치성 또는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데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반면 기존 제약업계를 지탱해온 합성 의약품은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한 약으로, 화학물질로 만들기 때문에 몸에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바이오 의약품이 산업적 측면에서 강점인 것은 합성 의약품보다 제조공정이 까다롭지만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최근 기존 제약사들이 바이오기업을 표방하며 신규 사업에 나서거나 대기업군의 바이오시장 진출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른 사업군과 비교하더라도 바이오 의약품의 성장세는 무섭다. 매년 바이오 의약품은 수출량이 30% 이상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1위 수출품목인 메모리반도체 수출량의 2배가 넘는다.
바이오 의약품이 활기를 띠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도 상위권에 다다랐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인 '램시마'로만 지난해 수출액 1조원을 돌파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 승인을 받았다. 메디톡스 역시 보툴리눔 톡신 주사제를 국산화한 이후 현재 60여개국에 수출 중이다.
바이오의약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기존 합성 의약품 보다는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기대효과가 높아진 점이 자리한다. 다만 바이오 의약 시장의 성장세에 걸맞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인 데도, 아직까지 정부가 기업의 액션에 제대로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무엇보다 정부의 바이오분야에 대한 투자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벨기에 정부의 바이오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규모는 민간 투자의 40%에 이른다. 15억 유로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조 8400억여원이다.
미국도 정부가 34조원(301억 달러)이 넘는 돈을 바이오기업의 R&D에 투자했다. 민간 투자의 37%가 정부발 지원인 셈. 일본 역시 민간 R&D 투자 1만4410억엔(14조7297억원) 중 정부 투자가 19%에 달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 정부의 개별기업에 대한 투자는 민간 투자의 8%에 불과하다. 민간 R&D 투자가 1조2000억원인데 이 중 정부 투자는 1000억원에 그쳤다.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원회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현재 민간 투자의 8%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정부의 R&D 투자지원 규모를 선진국의 최소 투자 수준인 20%로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기업 투자 못지않게 바이오 의약품의 규제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반 의약품 규제와 달리 바이오 의약품은 약물 특성상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미국은 식품·의약품·화장품법과 공중보건법 외에 인간세포·조직·세포·조직기반 제품을 위한 규정 등을 내세워 인간세포나 조직 등을 제조하는 시설에 통일된 등록체계를 갖추게 하고 있다. 유럽도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사용목적별로 관리체계를 갖추고 바이오의약품법도 별도로 제정했다. 일본 역시 후생노동성과는 별도로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가 바이오의약품을 담당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세부 규제는 물론이고 관련 업무만 해도 여러 부처가 맡고 있어 부처간 조율이 여간해선 쉽지 않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IT 경쟁력을 키워 어느덧 세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이제 제약시장에 있어 바이오 의약품의 무궁무진한 성장가능성에 또 한번 집중할 시기다. 단 1건의 세계적인 신약만 나와도 한국이 세계 바이오제약 시장의 패권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기대감을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한미약품 등 내로라하는 제약사가 임상시험 3상을 우리나라가 아닌 다국적 제약사를 통해 할 수밖에 없는 게 바이오업계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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