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계좌개설 '출혈경쟁'하는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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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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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증권가가 비대면 계좌개설 고객을 잡느라 출혈경쟁마저 무릅쓰고 있다.

수년씩 수수료를 안 받는 혜택을 내걸고 있어,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까지 출범해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모습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는 현재 비대면 계좌개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을 일제히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계좌는 금융사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컴퓨터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드는 계좌를 말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신규 고객이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면 국내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삼성증권은 5월 말까지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새 고객에게 1만원을 지급하고, 모바일 주식거래 수수료를 안 받는다.

IBK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메리츠종금증권을 비롯한 다른 주요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만들면 주식거래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무료 혜택을 주는 기간도 짧지 않다.

유안타증권이 6개월, 삼성증권·메리츠종금증권은 각각 3년씩 수수료를 안 받기로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025년까지 8년에 달한다. KTB투자증권은 이보다 긴 10년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는 주식거래 수수료를 안 받아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서비스로 유인해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KTB투자증권 역시 이런 전략을 택했다. 비대면 계좌개설 고객이 신용융자거래나 주식담보대출을 하면 업계 최저 수준인 연 3.99% 이자율 혜택을 90일 동안 제공한다.

여전히 주식거래 수수료는 증권업계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미 큰 흐름이 돼버린 출혈경쟁식 마케팅에서 홀로 빠지기도 어렵다.

케이뱅크가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비대면 계좌개설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증권사 간 경쟁이 더욱 가열될 공산이 크다.

증권사는 은행에 비해 지점 수도 적다. 비대면 계좌개설 경쟁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현재까지 개설된 비대면 계좌 가운데 약 80%가 증권사를 통해 개설됐다.

금융위원회 집계를 보면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한 계좌개설이 2015년 12월 허용된 후 1년 동안 만들어진 계좌는 수 총 73만개다. 이 가운데 58만건을 증권사가 차지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새롭게 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무료 혜택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종종 마케팅이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경쟁을 회피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물론 고객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스마트폰으로 몇 분 만에 계좌를 만들면 수수료 무료 혜택에 선물까지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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