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창범 기자 = 토종 밀폐용기 1,2위 수장인 김준일 락앤락 회장과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이 ‘주방용품 글로벌 1위 달성’이라는 닮은꼴 행보를 보이며 업계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각각 ‘플라스틱’과 ‘유리’라는 차별화된 용기를 선봉장으로 해, 전반적인 주방용품 글로벌 시장 진검승부를 펼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주방용품 시장 우리나라 자존심으로 불리는 락앤락과 삼광글라스가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해 향후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밀폐용기, 프라이팬, 냄비, 식기 등 다양하게 분류돼 있는 주방용품을 ‘쿡웨어’란 이름 안에 집어넣어 세계적인 ‘쿡웨어 브랜드’ 기업으로 재탄생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획이다.
락앤락은 최근 3년간 매출 4000억원 내외, 삼광글라스는 매출 3000억원 안팎에서 큰 변동이 없는 상태지만, 해외매출 비중을 더욱 높여 3~4년 후엔 2~3배 가량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각사 해외매출 비중은 각각 약 75%, 50%다.
삼광글라스 이 회장은 오히려 중국 시장 공략이란 정공법을 펼친다. 락앤락이 중국 비중을 낮추고 신규시장 확대에 나서는 것과는 반대로, 이를 기회로 올해 중국 시장 100% 매출 신장을 제시했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과는 달리 식기시장은 플라스틱에서 유리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을 노린 전략이다.
이처럼 김 회장과 이 회장은 사업 추진의지는 확고하고 도전적이지만, 의외로 사업을 이끌어가는 성향은 정반대다. 출발 선상 자체가 김 회장은 ‘흙수저’, 이 회장은 ‘금수저’란 점에서 완전히 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1978년 27세에 청년 CEO로 맨주먹으로 시작한 반면, 이 회장은 이회림 동양제철화학 창업주의 차남, 이수영 OCI 명예회장의 동생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경영스타일 자체도 김 회장은 현장경영 중심으로 지금도 직접 나서고 있는 반면, 이 회장은 뒤에서 조력하며 전문경영인 CEO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김 회장은 대외적으로 활동적인 모습이 많이 포착되고 있고, 이 회장은 좀처럼 앞에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젊은 혈기로 시작한 기질을 살려, 아직도 해외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개척하고 있다는 김 회장은 ‘락앤락=플라스틱 밀폐용기’란 이미지가 굳어져 있는 점을 단점으로 꼽았다. ‘토탈 주방 생활용품’ 브랜드로의 변모를 꾀하는 상황에서, 사업 확장에 오히려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로고에서 락앤락 이름을 하단으로 내려 잘 보이지 않게 만드는 강경책을 들었다.
반면 이 회장은 독자노선을 걷고 있음에도 강소기업에 걸맞지 않은 ‘재계 2세’란 꼬리표 따라 붙는 게 고민이다. 이에 이 회장은 OCI그룹 계열 꼬리표를 떼고 독자노선을 위한 글로벌 항해에 나서 확실한 결과물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실제 매출 70억원에 불과했던 삼광글라스는 이 회장이 취임한 2005년 이후 ‘글라스락’을 처음으로 생산하면서 매출이 급등한 저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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