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는 금감원의 한 부원장보가 경남기업에 특혜를 주도록 외압을 행사했고, 3년 전에는 조사무마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은 혐의로 팀장과 직원이 구속됐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금감원 내 서열 3위 간부가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변호사 채용 과정에서 임 모씨의 합격을 위해 평가항목과 배점기준을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 모씨는 전직 국회의원 아들이자, 이 국회의원과 당시 최수현 금감원장은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채용 업무는 사의를 표명한 이 총무국장을 시작으로 김수일 부원장(당시 부원장보), 수석부원장, 금감원장으로 이어진다. 김 부원장은 이번 채용 비리와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금감원 내부 감찰 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걸 근거로 제시했다. 사퇴하라는 금감원 노조의 압박 속에서도 김 부원장이 6개월 넘게 자리를 지켰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검찰 기소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감원은 12일 김 부원장을 현업에서 제외했다. 어느 정도 혐의가 인정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의혹이 제기된 지 6개월 만에 불명예스럽게 직무가 박탈된 셈이다.
그 동안 금감원 내부에서는 김 부원장이 채용 비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6년 넘게 금감원 인사를 총괄한 인물이자 인사 총 담당자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몰랐다고 선을 긋는 것은 업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자백하는 셈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본인이 직접 연관된 게 아니더라도 금감원 넘버3 간부로서 조직을 생각한다면 물러나는 게 맞다"며 "버티다가 나중에 금융회사나 공기업으로 가면 그만이겠지만 금감원은 비리 조직이라는 낙인이 따라다닐 확률이 높다"라고 비난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