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IC단말기 전환 사업은 지난 2014년 기금 조성 후 2015년 7월부터 본격적인 교체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까지 교체된 단말기는 7만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교체하겠다던 단말기(65만대 가량)의 10% 남짓한 수준이다.
1000억원의 기금 가운데 현재까지 사용된 금액도 9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금·홍보비 등을 제외하고 직접 사업 수행 대가로 투입된 예산은 50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금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처럼 사업이 표류 중인 이유는 사업 주최인 여신금융협회와 밴사 간 의견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는 75원의 밴 수수료를 일괄적용하는 대신 기존 사업자 3사(한국스마트카드,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 금융결제원)에 30% 쿼터를 배정했다. 전국 가맹점 정보를 보유한 기존 밴사들이 모두 참여하면서 IC단말기 전환 사업에 속도가 붙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존 사업자의 반대로 또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은 대형 밴사가 IC단말기 전환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적자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기존 사업자 관계자는 "현금 프로모션 및 유통망 장악력에서 대형 밴사가 유리하다"며 "기존 사업자 3사는 전환대상 자사 보유가맹점이 없는 상태라는 점에서 기존 밴사에게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기존 사업자 중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는 지난달 31일까지 완료했어야 할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밴사에게 사업권을 확대하는 것은 기존 3개 사업자의 사업권을 박탈하는 것이고, 이는 당 사업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는 현재 공정위 제소뿐 아니라 소송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카드업계 관계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이해 관계자의 밥그릇 싸움으로 IC단말기 전환사업은 난맥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영세가맹점 지원 및 신용카드 복제 범죄 등을 위해 마련된 사업이 당분간 표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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