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세월호와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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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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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1000일이 넘게 맹골수도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고 육지에 올라섰다. 모습을 드러낸 앙상한 모습의 세월호는 많은 것을 전해주며 누워 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무엇보다 미수습자 9명을 찾아야 한다. 그들을 온전히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야말로 세월호 참사를 수습할 수 있는 첫 단추를 꿰는 것이다.

304명의 주검 앞에서 좀 더 겸손해야 했지만, 우리 사회는 그 정도로 성숙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밝히라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가슴 저린 호소를 우리는 되새기지 않았고 무심하게 방관한 시간이 있었다. 우리 사회의 실력은 그곳에서 멈춰 있었다.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과 궤를 같이한다. 청와대로 상징되는 권력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규명을 막아서자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세월호를 뭍으로 끌어올리려고 맞섰다. 우리 사회의 실력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세월호가 우여곡절 끝에 인양에 성공하고 뭍으로 끌어올려진 것은 바다 밑에 수장될 뻔한 우리 사회의 적폐들을 햇빛 속으로 끌어낸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권력의 부패와 전횡이 만든 인재(人災)였다. 세월호 참사는 정치, 사회, 경제 등 사회 모든 분야의 적폐 총합이 빚어낸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다시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수습하는 두 번째 단추가 될 것이다.

국회의장실에서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명의 국민 가운데 7명 이상이 세월호 참사원인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했고, 새로운 조사 기관의 설치에도 찬성했다.

시민들이 뭍으로 끌어올린 세월호를 다시 설계하고 건조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실력이 선진국 수준이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일각에서는 세월호를 정치, 특히 대선에 이용하지 말라는 구호가 시끄럽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철저하게 세월호를 이용해야 한다. 그 이용이라는 개념을 혼동하지 말자. 선언적인 구호나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가 가진 정확한 의미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용’이다.

세월호가 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는지,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뭍으로 끌어올렸는지, 시민들은 왜 촛불을 들고 광장에서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고 참사의 원인 규명을 소리 높여 외쳤는지를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들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지 않는 후보들은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고 감히 이야기한다.

한 사회의 적폐가 고스란히 담긴 ‘상징’에 대해 좀 더 깊은 성찰과 반성과 각오를 보여줘야 한다.

어떤 후보든지 세월호가 인양된 곳으로 가서 기념사진이나 찍고, 세월호 유가족이나 미수습 가족의 아픔을 손으로만 어루만지려는 얄팍한 얼치기 행동은 삼가야 한다. 그런 행동이야말로 그들을 더 아프게 만드는 일이다.

대선 후보들은 다른 공식 대선 일정에 앞서 그들이 무엇을 아파하고, 무엇에 분노했으며, 앞으로 세월호 참사가 어떻게 수습돼야 하는지를 진정성 있게 들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실력을 여지없이 까발린 사건이었으며, 이제 그 실력을 다시 키우기 위해서는 세월호 참사를 ‘극복’해야 하는 길이 우리 앞에 놓였다.

대선 후보들은 앞장서서 그 길에 나서야 한다. 세월호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가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각오로 세월호를 ‘이용’해야 한다.

이번 대선의 의미는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세력들이 지배했던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의 세월호 ‘극복방안’을 공약으로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을 제안한다. 그 공약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실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시민들의 선택 기준이 될 것이다.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15일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고 세월호 참사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다. 경기도 안산에서는 16일 추모 집회가 있다. 우리는 세월호를 기억공간에서 밀어내지 말아야 한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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