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빠는 딸' 윤제문·정소민, '기대치'를 뒤집다

영화 '아빠는 딸' 스틸컷 중, 정소민(왼쪽)과 윤제문[사진=영화사 김치(주)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난 커서 아빠랑 결혼할 거야.”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좋다던 도연(정소민 분)은 무럭무럭 자라 아빠와 말 섞는 것도 싫은 여고생이 되었다. 도연이 건강하게만 자라기를 바랐던 아빠 상태(윤제문 분)는 어느새 공부, 공부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꼰대가 돼버렸다. 죽고 못 살던 두 사람은 원수만도 못한 사이가 돼버리고 마음의 벽은 더 단단해만 진다.

그런 두 사람에게도 남모를 속사정은 있다. 세상만사 다 싫은 도연은 짝사랑하던 선배와 첫 데이트를 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만년 과장 상태는 1년 내내 준비한 프로젝트로 승진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두 사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주일을 앞둔 그 순간 도연과 상태는 하루아침에 몸이 뒤바뀌고 만다. 심지어 “싸우지 말고 일주일을 보내야만” 몸을 되찾을 수 있단다.

상태와 도연은 일주일간 직장 사수와 첫사랑 사수를 위해 애쓰고 상상을 초월한 노력을 펼친다. 각자의 영역을 지키려 노력하며 사생활은 물론 마음까지 엿보게 된 두 사람은 몰랐던 서로의 비밀들을 하나씩 알아간다.

영화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은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키하사의 소설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대중에게 친숙한 바디 체인지라는 소재는 아빠와 딸에게 적용되며 새로운 공감과 재미를 선물한다.

아빠와 딸은 바디 체인지가 일어난 뒤에도 각자의 고집을 꺾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이들의 고집은 서로에게 꽤 좋은 영향을 끼친다. 음악을 사랑하는 아빠는 도연이 짝사랑하는 선배의 취향을 저격했고, 화장품과 춤을 사랑하는 딸은 회사 내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꾸며 인기 상사로 거듭난다. 물론 각자의 위치에서 감당해야 할 무게감을 절감한 일들도 벌어진다. 일련의 사건들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사실 ‘아빠는 딸’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치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는 제법 탄탄한 스토리와 아기자기한 디테일로 러닝타임 115분간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배우 윤제문과 정소민의 열연 또한 인상 깊다. 그간 강한 캐릭터를 도맡았던 윤제문은 여고생 도연을 완벽히 표현해냈다. 새침한 말투는 물론 사랑스러운 제스처 및 디테일은 관객들의 웃음을 도맡는다. 또 중년남성을 연기한 정소민 역시 자연스러운 연기로 작품에 녹아들며 윤제문과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발한다. 12일 개봉이며 러닝타임 11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