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기업구조조정 방안] 민·관펀드 8조 조성...시장 구조조정 판 키운다

  • 기업 구조조정펀드에 매각된 기업에 한도성 여신 지원

  • 유찰로 인한 매각 지연 막는다...수의계약 기준 확대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정부가 채권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에 한계를 느끼고 자본시장 중심으로 구조조정 주체를 바꾼다. 시장 플레이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8조원 규모의 자금도 조성한다.

금융위가 13일 내놓은 기업구조조정 방안은 큰 틀에서 채권금융기관과 자본시장,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채권금융기관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신용위험평가를 객관적으로 진행하고, 워크아웃 필요성을 엄격히 판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자본시장에서는 가격 등 매각조건 조정, 기업구조조정펀드 조성 등을 통해 구조조정 기반을 강화한다.

금융위는 기존 정부 중심의 기업구조조정 방식 대신 민간 사모펀드(PEF)가 부실기업 채권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방식을 바꾼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금융당국의 건전성 감독을 받아야 하는 은행은 위험 회피자로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사모펀드가 부실기업 채권을 사들여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판부터 키우기로 했다. 향후 5년간 총 8조원 규모의 기업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한다. 정책금융기관(산은·수은·기은)과 시중은행·유암코가 4조원을 출자해 기업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한다.

민간의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가 자(子)펀드를 설정하면 모(母)펀드에서 자펀드에 1대1 매칭하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모 펀드에서 4조원, 자 펀드에서 4조원을 투자해 총 8조원이 구성된다. 이렇게 자금을 모은 구조조정 전문회사는 부실기업의 출자전환, 지분투자 등을 통해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게 된다. 기업이 정상화되면 이를 비싼 값에 매각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 둘째)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중은행 은행장들과 기업구조조정 관련 간담회를 개최해 '신 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하고 그 내용을 확정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기업 구조조정펀드에 매각된 부실기업의 한도성 여신 확보도 가능해진다. 부실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당좌대출, 할인어음, 무역금융 등 한도성 여신 확보가 필수다. 하지만 은행들은 PEF에 매각된 부실기업의 한도성 여신 제공을 꺼리고 있다. 부실기업이라는 낙인 때문이다. 앞으로는 산은·수은·신보·기보 등 정책금융기관이 총 1조6000억원 한도의 부실기업에 대한 한도성 여신 지원 보증에 나선다.

또 가격 등 매각조건이 맞지 않아 매각이 무산되는 경우도 줄어들 예정이다. 이견이 심할 경우 '금융채권자 조정위원회'에서 적정한 매각가격을 산정해 준거가격을 제시한다. 매각을 희망하는 주채권은행뿐 아니라 다른 금융채권자, 매수 희망자도 매각조건에 대한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상반기 중 구조조정 채권 매각 모범규준을 만들어 공개경쟁 입찰을 원칙으로 하되, 수의계약이 가능한 경우를 명확히 규정해 유찰로 인한 매각 지연을 방지하기로 했다. 매각 담당자의 부담도 줄어든다. 준거가격에 근거해 구조조정 채권을 매각했고,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으면 매각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금융당국은 또 신용위험평가 체계의 객관성을 높인다. 성공적인 기업구조조정의 첫째 전제조건이 엄격한 신용위험평가라는 판단에서다. 워크아웃 약정 체결 후 3년이 지난 기업이 워크아웃 연장을 하기 위해서는 경영평가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고 연장 필요성도 1년 단위로 재평가 받아야 한다.

상반기 중 구조조정 기업 매수자와 매도자를 이어주는 중개 플랫폼도 구축한다. 플랫폼이 생기면 채권금융기관이 보유한 구조조정 기업을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중개 플랫폼을 구축한다. 이후 시중은행 등 민간으로 단계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업구조조정 추진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새로운 기업구조조정 방안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면 추진력을 얻어 성공적으로 시장에 확립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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