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느날' 천우희, 달라진 시선을 경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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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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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느날'에서 미소 역을 맡은 배우 천우희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어느 날, 미소(천우희 분)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게 돼버렸다. 죽은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으니” 말이다. 병실에 누워 혼수상태에 빠진 자신을 보고, 미소는 자신이 영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시각장애인이었던 미소는 영혼의 상태에서 더 자유로웠다. 뭐든 볼 수 있었고 어디든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외로움은 여전했다. 자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미소는 홀로 병원을 누볐고, 우연히 자신을 볼 수 있는 남자 강수(김남길 분)를 만나게 됐다.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제작 ㈜인벤트스톤·배급 오퍼스픽쳐스 CGV아트하우스)은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되어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배우 천우희(29)는 이번 작품에서 미소 역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 순수하고 천진하면서고 가슴 속 깊숙이 아픔을 품고 있는 인물에 관해, 천우희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현실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영화 '어느날'에서 미소 역을 맡은 배우 천우희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시각장애인 역을 연기하면서 편견과 싸우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 흉내 내는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이었다. 분석하고 준비하고 가야 하는데 저도 모르게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었던 것 같다. 연기를 도와주시려고 (시각장애인인) 선생님께서 오셨는데 굽 있는 신발과 예쁜 귀걸이를 하고 오셨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아, 내가 너무 편견에 사로잡혔었구나’ 하는 생각에 빠졌다. 내 맘대로 잣대를 들이밀고 있었구나.

시선이 달라진 셈이다
- 그렇다. 내가 만들어 놓은 미소의 성격, 아픔 같은 것들을 전부 허물고 새로 시작했다.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도와주신 선생님과 점자도 배우고 작업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함께 수다를 떨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었다. 그런 게 더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미소 캐릭터를 보며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처음 본 인물이기 때문에 그 순수함이 극대화된 것 같기도 하고
- 그렇게 보이길 바랐다. 하지만 너무 순진하고 순수하게 보이면 ‘왜 이렇게 어린 척해?’라고 받아들이실 것 같았다. 내면적 아픔을 드러내야 하는데 마냥 귀엽게 ‘아저씨! 아저씨’하고 귀엽게 굴면 안 될 것 같았다. 다만 강수의 차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은 어린애처럼 보이기를 바랐다. 첫 경험이니까.

미소 캐릭터는 이전 캐릭터들과 궤를 달리한다. 어쩌면 배우 천우희와 더 닮은 느낌이다
- 성격적으로는 비슷하다. 일상적인 캐릭터는 제 일상적 반응과 말투가 묻어나는데, 미소는 가장 제 말투를 많이 가져온 것 같다. 성격, 선택과 별개로 제 모습이 담겨있는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저 예쁘고 청순한 느낌을 담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다르게 표현해보고 싶었다. 정형화돼 보일 수 있는 말투와 성격, 캐릭터를 가진 캐릭터기 때문에 식상하지 않게 접근하는 게 중요했다.

영화 '어느날'에서 미소 역을 맡은 배우 천우희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야말로 현실 말투가 많았다
- 미소는 영혼이지만 그가 느끼는 감정이나 부분적인 것들은 인간적이고 일반적이다. 친근한 느낌이 들길 바랐다. 시나리오에는 영화 속 인물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어색함을 느꼈었다. 미소가 이미지적으로 느껴져서 고민이 많았다.

대사도 문어체적이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 같다
- 대사들이 감성적이다. 어떻게 다른 식으로 표현할까? 제 말투를 묻혀 캐릭터화시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름대로 줄타기를 잘 해보려고 했다. 극적인 말투와 현실 말투 사이에서. 극적 상황에서 제 말투가 툭 나오면 이입이 깨질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너무 극적인 말투를 쓰면 가상의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천우희의 말대로 영화적 현실과 진짜 현실은 다를 때가 있다. 관객을 설득하는 과정 역시 중요했을 것 같다
- 현실적인 것을 충분히 표현하고 영화적인 것도 충분히 그려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시각장애를 두고 공간적인지나 오감에 대한 디테일을 심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그런 디테일을 심으면 이 친구의 캐릭터에 오류가 생기더라. 시간적 여유도 없어서 과감하게 생각하고 갈 때가 있었다. 표현하고 싶은 디테일한 묘사는 불필요할 때도 있어서 욕심대로 다 넣을 수 없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때도, 안 될 때도 있으니까 나름대로 조율을 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었다
-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첫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정의가 쉽지 않았다. 하고 싶다, 하기 싫다는 구분도 명확지 않았다. 그런데 또 감독님과 남길 오빠 만나면서 생각을 바꾸었다. 모든 게 완벽할 수 없듯, 끌림이 부족하더라도 남길 오빠와 함께 한다면 다른 느낌을 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영화 '어느날'에서 미소 역을 맡은 배우 천우희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남길과의 호흡이 중요했겠다
- 프리 단계부터 감독님, 남길 오빠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남길 오빠는 워낙 배려심이 많아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주고받는 게 쉽지 않은데 머쓱하지 않은 걸 보고 ‘앞으로 촬영할 때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마운 마음이 크다.

연기적인 고민이 큰 것 같은데, 가볍고 쉬운 캐릭터를 연기하면 부담이 좀 덜지 않을까?
- 저도 가볍고 밝은 캐릭터를 하면 고민이 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웃기는 게 더 어렵다. 물론 저는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처음에는 (보는 분들이) 거부감이 들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지금은 거부감이 들어도 하고 싶은 건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요즘 작품을 할수록 느끼는 건데 어떤 분들은 ‘써니’가 천우희의 첫 기억일 수도 있고, 어떤 분은 ‘곡성’, ‘어느날’일 수도 있지 않나. 그 이미지가 다 다른 데 입맛을 맞추기 보다는 여러 가지 이미지 다 보여드리려고 한다.

천우희가 돌아가고 싶은 ‘어느 날’이 있다면?
- 연기를 처음 하던 그때.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영화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없는데 오디션에 덜컥 붙은 거다. 단역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소중한 느낌을 그냥 보낸 것 같아서 아쉽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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