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6일 오전 ‘2017년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서울지역 고시장인 서울 강남구 도곡로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는 교문에는 ‘삼성 직무적성검사 고사장’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린채 새벽부터 응시생들을 맞고 있었다.
삼성측은 지하철 한티역에서 고시장으로 이어지는 길에 운영요원을 배치해 응시생들을 안내했다. 얕은 오르막길 중턱에 위치한 고사장 정문 앞에는 할머니 4명이 가판을 열고 필기구와 음료수 등을 팔아 시험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삼성은 단대부고에 고사본부를 설치하고 고사장 출입통제부터 시험지 배포 등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날 시험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치루는 마지막 공채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하반기부터는 계열사별로 신입사원 공채를 한다, 취재진들도 일찍부터 모습을 드러냈으며, 삼성측 직원들도 자리를 함께해 이번 시험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응시생들이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은 오전 7시 30분부터였다. 부모님, 형제, 자매들이 태워준 자가용에서 내린 응시생들, 택시를 타고 온 응시생들도 많았지만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해 걸어서 올라오는 이들이었다. 정장 또는 그에 준하는 말끔한 옷차림을 했던 과거와 달리 이날 수험생들은 찢어진 청바지, 미니스커트, 추리닝 등 자신이 가장 편안해 하는 차림을 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어폰을 꼽고, 직접 정리한 요약본을 다시 한 번 읽어보면서, 책을 품에 안고, 감기에 걸린 듯 마스크를 한 채 기침을 하며 들어가는 응시생들이 눈에 띄었다. 방송사 카메라들에 놀라 큰 눈을 껌뻑이며 잠시 취재진을 쳐다보는 응시생생들도 있었다.
웃으며 들어가는 이들도 많았지만, 대부분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경기불황의 지속으로 신규 채용이 줄면서 그만큼 취업의 문이 좁아진 탓에 이번 시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습이 엿보였다. 학교 옆 도로 공사를 하던 직원들도 응시생들을 한동안 바라보며 “다들 내 자식 같다. 부모의 마음으로 다들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면서 응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오전 8시 10분경부터 응시생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질서가 안 잡힐 수준은 아니었다. 삼성 관계자에게 이곳에서 시험을 치루는 응시생 수를 묻자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매년 시험이 치러질 때마다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되고, 삼성은 물론 응시생들의 고민도 커져 응시 인원수와 경쟁률은 비공개로 하고, 고사장 장소도 응시생 이외에는 되도록 알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시 24분 이후 응시생 입장은 뜸해졌다. 당초 8시 30분에 고사장 정문을 닫을 계획이었으나 삼성측은 10분을 더 연장했다.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사정 때문에 기회를 날리게 될 응시생들을 위한 배려였다.
8시 38분 택시에서 내려 뛰어 들어간 여 응시생을 마지막으로 2분후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41분, 42분에 도착한 5~6명은 고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논란이 있었으나 공정한 룰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시험은 오전 9시 20분부터 시작됐다. GSAT는 △언어논리 25분(30문항) △수리논리 30분(20문항) △추리 30분(30문항) △시각적 사고 30분(30문항) △직무상식 25분(50문항)으로 구성됐다. 총 140분 동안 언어와 수리·추리·시각적 사고 등의 영역에서 160개 문항을 풀도록 돼 있다.
삼성은 GSAT 기출문제의 내용을 되도록 공개하지 않는 다는 방치이지만 시험을 치러본 응시생들은 난이도가 상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오전 11시 30분경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응시생들의 반응이 어떤지에 따라 이번 시험의 성격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상반기 채용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400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는 작년보다 다소 많은 인원을 뽑는다. 삼성은 GSAT 합격자를 대상으로 직무역량 면접, 창의성 면접(토론식), 임원면접 등을 거쳐 5월쯤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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