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3주기] 우리 사회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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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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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발생한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는 좌판 244개, 점포 15개, 기타시설 9개를 잿더미로 만들고 소방서 추산 총 6억5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이후 전국 곳곳에서 '안전'이 화두가 되면서 정부는 국가를 개조하는 수준으로 사회 안전망을 대폭 확충하겠다며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고 여객선 안전관리·교육·시설 등을 대폭 강화했다.

정부 안전 예산은 2014년 1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6000억원으로 2조2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이렇듯 사회 전반적으로도 안전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안전 문제는 또다시 뒷전이 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선 안전관리가 강조됐지만, 여수지방해양수산청 한 곳에서만 2015년 항행정지 15척, 미비사항 131건, 2016년 항행정지 5척, 미비사항 207건 등의 안전관리 부실 사례가 적발됐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크고 작은 사고가 어김없이 발생했다. 안전불감증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은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서는 철거 중에 건물이 무너져 인부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최소한의 안전규정도 지키지 않아 벌어진 전형적인 인재였다.

당초 철거계획서에는 안전을 위해 지하 1층과 2층에 각각 18개씩 임시 철제 기둥을 세우기로 돼 있었지만, 실제 설치된 기둥은 3개뿐이었다. 즉각 반출하기로 한 철거 폐기물도 공사장에 400t가량 쌓여 있었다.

공사를 빨리 진행하기 위해 시공업체에서 현장관리자가 규정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감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월에는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부속상가 3층 뽀로로 파크가 있던 점포에서 불이나 한 시간 만에 진화됐으나 철거업체 소장 이모씨(63) 등 4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했다.

당시 화재경보기는 꺼져 있었고 스프링클러 역시 밸브가 잠겨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아파트나 대형 건물들에서 공사 중 분진 등으로 인한 경보기 오작동이나 경보음이 잘못 울렸을 때의 민원을 우려해 아예 경보장치를 꺼놨던 점이 참사의 원인이 됐다.

3월에는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한쪽 좌판에서 누전으로 일어난 불이 삽시간에 천막을 타고 번져 260여개 좌판과 점포를 태웠다.

문제는 정부가 전국 전통시장 안전관리에 골몰하고 있을 때 화재가 발생하면서 안전관리에 대한 논란을 키웠다는 데 있다.

정부는 앞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한 뒤 올 1월 시장에 자동화재속보설비를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두 달 뒤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끊이지 않는 후진국형 인재 재발을 막기 위해 재난대응 매뉴얼을 현실성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박광열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국장은 "이번 안전대진단을 통해 현실성 있는 메뉴얼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향후 안전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여객터미널 등에 안전신고함을 설치해 국민들이 원하는 개선사항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헀다.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후진국형 인재를 막기 위해선 벌과금 제도가 강하게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벌과금이 굉장히 약하다"고 말했다.

현장 관리의 강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철거 건물 붕괴 사고의 경우 용역업체가 건축물에 대한 구조적 이해 없이 경제적 이득만을 위해 공사를 빨리 진행했기 때문"이라면서 "건축공사장에도 면허를 갖춘 전문인력인 현장관리인 배치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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