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배인선 기자 =미국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보류했다. 이에 중국 관영언론들은 즉각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로써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긴장이 완화된 것은 아니며, 미국이 환율조작 카드를 무역 및 북한 문제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CCTV는 미국 재무부 보고서를 인용, 중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3대 조건 가운데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 달러 초과)' 외에 나머지 두 가지 조건인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3% 초과')와 '반복적인 외환시장 개입(GDP 대비 2% 이상의 달러 순매수)'에는 해당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CCTV는 그러면서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의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 내용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을 지켰다"고 보도했다.
중국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사도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증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한 고려였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한 번 관찰대상국에 지정하면 최소 두 번 연속으로 보고서상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한다. 중국은 작년 4월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돼 이번까지 관찰대상국 지위가 유지됐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미지정이 미·중 양국 간 경제협력과 위안화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젠팡 중신증권 수석 거시경제학자는 "미·중 양국 간 경제협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환율조작국 미지정은) 미·중 양국에 모두 이득이 될 뿐만 아니라 위안화 환율이 커다란 파동 없이 기본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오시쥔 중국인민대 재정금융학원 부원장은 "미국의 이번 조치로 미·중 간 정상적 무역과 투자협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경제성장·취업 등 방면에 더 많은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과 일본·타이완·독일·스위스를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고, 중국에 대해서도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한국과 일본·독일·스위스는 미 재무부가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채택한 3가지 기준인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 △연간 GDP 대비 2% 이상 다른 나라 통화를 매입함으로써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시킨 경우 중 두 개에 해당됐고, 중국과 타이완은 단 하나만 해당됐다.
그러나 아직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분쟁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전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앞으로도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을 무역부문 등에 있어 공세 강화에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WSJ는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 철회)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공약을 어긴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환율조작국 지정을 위협수단으로 반복해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무역 및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해 미국이 당초 중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도발을 억제하는 데 있어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시리아 등 기타 지역 분쟁에 있어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늘리기 위한 중국의 지원을 요구하기 위해서 환율 문제를 활용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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