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51%, 2%p차 근소한 승리…투개표 공정성 시비 일듯
에르도안, 2029년 이후까지 장기집권 가능…반대진영 "1인 지배체제 우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가 약 1세기만에 '국부' 아타튀르크 체제에 종언을 고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 밤 개헌안 국민투표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터키 선거관리위원회(YSK)에 따르면 찬성투표가 51.3%로 반대투표를 2.6%포인트 앞섰다.
총유권자 5천836만여 명 가운데 5천60만여 명이 참여해 투표율 87%를 기록했다.
찬반 격차가 3%포인트에도 못 미치는 결과로, 투개표 공정성 시비가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 에게해 연안 이즈미르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와 마르마라·에게해 연안도시에서는 반대투표가 앞섰지만, 코니아, 카이세리, 요즈가트, 시와스 같은 보수적인 내륙 도시에서 찬성 몰표가 쏟아졌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슬람주의와 반서방 기조와 분열전략이 이번에도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 헌법에 따른 정부구조가 2019년 11월 대선·총선 이후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헌에 터키 정치권력구조가 현행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 속칭 '제왕적 대통령제'로 전환된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1923년 공화국을 수립한 지 약 1세기 만에 의원내각제가 폐기된다.
새 헌법에 따라 총리직은 없어지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부통령직위가 신설된다.
대통령은 법률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수 있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대통령이 판·검사 인사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사법부 장악력이 커졌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5년으로 같아졌고, 같은 날 동시에 선거를 치른다. 첫 선거는 2019년이다.
대통령은 1회 중임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조기 대선·총선을 시행하는 권한을 갖고, 중임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조기 대선에 또 출마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임 조항에 따라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기 만료 직전 조기 대선을 시행한다면 2034년까지도 재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개헌으로 그간 '21세기 술탄'으로 불린 에르도안 대통령이 명실상부한 국정 1인자로서 더욱 막강한 권한을 틀어쥐고 초장기간 집권할 수 있는 제도기반을 마련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투표 후 "개헌은 변화와 변혁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국 헌법재판기구 협의체인 베니스위원회는 새 터키헌법의 내용이 "터키의 입헌민주주의 전통에 역행하는 위험한 시도로, 전제주의와 1인 지배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은 이번 투개표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선관위가 투표 당일 날인이 없는 투표용지도 유효 처리키로 방침을 변경했다"며 잘못된 결정을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제2야당 인민민주당은(HDP)은 "3∼4%p가 조작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선관위에 공식 이의제기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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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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