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를 즐기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담배를 끊기 위해 전자담배를 찾는다. (담배)성분이 약해 주변 사람에게도 별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전자담배를 가벼운 금연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전자담배는 정부가 담뱃값을 평균 2000원 올린 2015년부터 불티나게 팔렸다.
관세청의 담배수입 동향보고서를 보면 2012년 13t에 불과했던 전자담배 수입량은 2013년 31t, 2014년 138t, 2015년엔 196t으로 껑충 뛰었다. 액수로는 2012년 16억5600만원에서 2015년 214억3300만원으로 3년 사이 1194%나 증가했다. 전자담배 용액 수입량은 2012년 8t에서 2013년 17t, 2014년 66t, 2015년 86t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전자담배는 흡연자들이 기대하는 만큼 좋은 금연 대용품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국내에서 팔리는 전자담배 35종을 수거해 유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전자담배를 10회 흡입(약 0.04∼0.05g 액상소모)한 것을 일반(궐련) 담배 1개비를 피운 것으로 환산해 분석해보니, 전자담배 연기 중 니코틴 함유량은 0.33∼0.67㎎으로 일반 담배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니코틴은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로, 심장병·뇌졸중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고 임산부 건강상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일부 전자담배 제품에는 일반 담배보다 낮은 수준이긴 했지만 포름알데히드 성분이 액상 상태일 때보다 연기 상태에서 최고 19배, 아세트알데히드 성분은 최고 11배 높게 검출됐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포름알데히드를 암을 유발하는 게 분명한 '그룹1' 발암물질로, 아세트알데히드는 발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그룹2B' 물질로 분류한다. 포름알데히드는 소각이나 화학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피부와 점막을 자극하고 폐와 기관지 염증, 현기증·구토·경련과 같은 급성중독 증상을 일으킨다. 아세트알데히드에 노출되면 현기증이나 두통이나 구토 등이 발생한다.
전자담배를 실내나 공공장소에서 피우는 것도 안 된다. 담배사업법을 보면 전자담배는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담배'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지하철 같은 공공시설을 물론 식당, 카페, PC방에서 함부로 피웠다가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전자담배는 금연 보조제로 인정받지 못한 제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니코틴 패치·금연 보조약물과 달리 전자담배는 중독성을 일으킨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자담배를 금연 치료제나 금연 보조제로 광고하지 못하도록 각 국에 권고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경우 전자담배를 금연 치료 용도로 활용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사용이 이뤄지지 않게 철저히 규제·관리하고 있다. 전자담배의 니코틴 농도와 리필 용기 크기를 제한하고, 판매 전에 화학적 위험성과 안전성 검사를 받드시 받도록 했다. 또한 비흡연자와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전자담배 사용을 엄격하게 막고 있다. 전자담배 광고도 지난해 6월부터 전면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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