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
서점에 진열된 지도자·리더십 관련 서적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이 문구는 LG유플러스 직원들에게만큼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다. 직원의 행복이 회사의 경쟁력과 고객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실제 성공사례를 통해 확인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있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2015년 12월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길 때도 그가 만든 ‘즐거운직장팀’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언제나 한 몸처럼 움직였고, 그가 가는 곳마다 이 팀이 꾸려졌다.
‘즐거운직장팀’은 그가 LG디스플레이를 이끌던 시절, 임원들을 모아 회의를 주관했을 때 인적자원개발(HRD) 담당자가 작성한 한 보고서가 계기가 돼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HRD 담당자는 회의에 들어갈 때마다 권 부회장의 말투와 표정, 손짓까지 유심히 관찰해 그것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 기록에는 권 부회장이 어떤 상황에서 목소리가 커지고, 말투가 명령조로 바뀌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는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그 기록을 눈으로 본 권 부회장은 충격과 감동으로 HRD 시스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이때부터 조직변화의 핵심은 리더가 변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HRD시스템에 따른 코칭을 모든 임원들에게 받게 했으며, ‘경청과 배려’라는 권 부회장만의 남다른 경영철학도 확립됐다.
LG유플러스로 자리를 옮겨서도 그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권 부회장은 LG유플러스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즐거운직장팀’을 신설했을 정도다. 매주 둘째·셋째 수요일엔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스마트 워킹 데이’ 도입,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시차출퇴근제’ 운영, ’PC오프제’ 도입 등 제도적 장치를 쏟아내며 건강한 기업문화 구축에 힘쓰고 있다.
즐거운 직장을 만들기 위한 권 부회장의 실천 의지는 “우리 직원들이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소풍 가는 것처럼 설레면 좋겠다”라는 한 마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일환으로 LG유플러스는 여러 가지 독특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조직 내 칭찬과 감사 등 긍정문화 확산을 위해 시작한 ‘울타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울타리 프로젝트’는 ‘우리의 작은 울림이 타인과 소통하는 다리가 된다’라는 슬로건 아래 동료에게 칭찬과 감사의 마음을 서로 전달하는 따뜻한 소통 문화를 사내에 전파하기 위해 기획됐다.
평소 칭찬하고 싶었거나 감사의 표현을 전하고 싶었던 동료에게 메시지를 전송하면, 해당 직원은 이메일로 전달받은 링크를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메시지는 한 건당 1000원씩 적립돼 저소득 청각장애 아동에게 보청기를 지원하기 위해 쓰인다.
또 매년 어린이 날에 진행하는 ‘조이플 패밀리데이’에서는 자녀를 둔 임직원 100여명을 본사로 초청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본사를 방문한 임직원 자녀들에게 자신의 집무실을 공개해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에게 꿈을 심어준다.
인재개발 분야 전문가는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하다는 철학은 리더들이라면 모두가 알고는 있으나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성과나 실적에 얽매이다 보니 직원의 행복은 뒷전으로 밀리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다른 리더들이 직원의 행복을 추구해 성과를 내는 것을 멀리 돌아가는 길로 인식하는 반면, 권 부회장은 이것이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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