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총선 통해 유권자 위임 직접 확보해 지도력 강화 의도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오는 6월 8일 조기총선을 전격 요청한 배경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기간 불안정성이 초래되도록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렸다.
메이 총리는 야당들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브렉시트 협상에서 정부의 협상 전략에 발목 잡는 야권으로 인해 협상력을 잃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포스트-브렉시트 비전과 이를 담은 협상 전략을 EU 27개 회원국을 상대로 한 탈퇴 협상에서 관철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마당에 이대로 가면 야권의 반발에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조기총선은 없다'는 거듭된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메이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국은 EU를 떠나고 있고 '되돌아오는 일'(turning back)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영국은 우리 돈, 우리 법률, 우리 국경 통제를 되찾고 옛 친구들과 세계의 새로운 파트너들과 우리의 길을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며 "이것이 올바른 접근이지만 다른 정당들은 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회에 단합 대신 분열이 있다. 나라는 뭉치고 있지만 의회는 그렇지 않다"고 언급했다.
최근 노동당은 EU와 타결할 탈퇴 협정을 표결을 통해 거부할 것이라고 협박했고, 자유민주당은 재계를 이용해 정부가 나아가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고,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영국의 EU 회원국 지위를 폐기하는 법안에 반대하겠다고 했다며 야권의 '발목잡기'를 열거했다.
메이 총리는 "반대자들은 정부의 과반의석이 작아 정부가 진로를 바꾸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그들은 틀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들이(야권) 브렉시트에 대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정부 협상 입지를 약화하고 있다"며 "조기총선을 하지 않으면 그들의 정치적 게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의회내 분열이 브렉시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능력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메이 총리로선 지난해 7월 총리에 올랐지만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신임을 직접 얻은 것은 아니다.
2015년 총선 승리를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지난해 6월 브렉시트로 결론 난 국민투표의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한 뒤 메이가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당선되면서 후임 총리직을 승계했기 때문이다.
메이는 정부의 포스트-브렉시트 비전과 협상 전략을, 야권은 이에 상응하는 각 당의 비전과 목표들을 제시하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자고 했다.
정부의 브렉시트 비전을 비판하고 정부의 목표들을 거부한 야권이 각자의 의사를 분명하게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때라고 지적했다.
메이는 "보수당을 찍은 모든 투표는 브렉시트 협상에 임하는 나를 더욱 강력하게 해줄 것"이라며 유권자들에게 정부의 브렉시트 협상 전략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BBC 방송은 메이 총리가 '조기총선은 없다'고 거듭 확인해온 자신의 말을 지키려는 욕구가 있었지만 하원 650석 가운데 330석으로 불안한 의회 과반은 이른바 백 벤처(뒷좌석에 앉는 의원) 여당 의원들에게 적지 않은 힘을 줘온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보수당은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놓고 양쪽으로 갈려 대립했다.
이런 가운데 보수당 브렉시트 반대 의원들이 '국민투표로 결정난 브렉시트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브렉시트 절차 이행 과정에서 매번 이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곤 했다.
특히 메이 총리가 EU를 떠나면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떠나서 EU와 최대한 자유로운 자유무역협정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지난달 말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선(先) 탈퇴 협정-후(後) FTA 협정'으로 대변되는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 초안을 내놓자 영국 내부에서 메이의 협상 전략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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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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