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이 대북 무력시위를 위해 지난 주말 한반도에 전개할 것으로 알려졌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이 사실은 한반도에서 3500km나 떨어진 인도양에서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CNN은 백악관 고위 관리를 인용하여 칼빈슨호 항로를 둘러싼 혼선의 원인으로 미스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제기했다. 관리는 국방부가 칼빈슨호의 이동경로를 관장하는 사령부로부터의 후속 보고를 계속 확인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된 발표로 인해 아시아 일각에서는 비웃음마저 나오고 지적했다. WSJ는 "칼빈슨호 한반도 전개가 단순한 엄포였다면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오바마 정부와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적은 한 중국 웨이보 유저의 글을 전하면서 지금까지 강조했던 백악관의 대북 강경책의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칼빈슨호의 한반도행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9일이다. 9일 외신은 미국 태평양사령부를 인용해 칼빈슨호가 싱가포르를 떠나 호주로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미국이 15일 북한 태양절에 맞춰 항모 전단을 파견해 북한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주요 참모들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미국 폭스 비즈니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척 강력한 함대를 보내고 있다"면서 북한 김정은을 향해 "그는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역시 칼빈슨호가 호주 해군과의 연합훈련이 취소됐다고 말해 칼빈슨호의 한반도행을 시사했다.
그러나 15일 칼빈슨호가 한반도 인근이 아니라 인도양에 있는 사진이 공개됐고 17일 미국 군사 매체 디펜스뉴스는 칼빈슨호가 사실은 한반도의 반대편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18일 뉴욕타임즈(NYT) 등에 따르면 칼빈슨호는 현재 호주 북서쪽 해상에 있으며 한반도 해역에는 25일을 전후로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25일은 북한 인민군 창건 85주년 기념일이다.
한편 이번 혼란을 둘러싸고 미국의 의도된 전략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칼빈슨호의 전개 연기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군사옵션이 후순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 고문은 WSJ에 "혼란스러운 전략 커뮤니케이션이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했다"며 "실제 전략에 일관성이 없으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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