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유진희 기자 = “모든 오해가 풀리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9일 만난 삼성 계열사 임원 A씨는 기자에게 이 같은 심정을 전했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고위 임원 5명에 대한 네 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 부회장은 이번 주부터 1심 판결 예정일인 5월 말까지 재판을 받는다. 이번 주는 수·목·금요일 사흘간 재판이 예정돼 있다.
150명이 앉을 수 있는 재판장 방청석에는 법원으로 바로 출근한 A씨를 비롯해 침통한 표정의 삼성 계열사 일부 임직원, 재판 과정을 지켜보기 위한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붐볐다.
A씨는 할 말이 없다면서도 “지난 재판 때도 왔는데, 다행히 부회장 모습은 좋아보였다”며 “그래도 지금 구치소에 있을 분이 아닌데"라고 말을 끝맺지 못했다.
또 다른 계열사의 임원 B씨도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인 기업에만 향하고 있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이번 주부터 비상근무에 돌입한 상태다.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돼 각 계열사로 복귀한 임직원들이 재판 관련 업무를 챙기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계열사 소속으로 나뉘어졌지만 미전실 소속이었던 임직원들은 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업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다음달 말로 예정된 재판부의 1심 판결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1심에서 승소해야 이 부회장이 되도록 빨리 석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3심까지 예정된 9월까지 이 부회장이 구속되어 있다면 삼성전자는 물론 계열사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분기에 9조9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둬 항간에서는 오너가 없으니 오히려 경영을 잘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적은 과거의 결과다”라면서 “호실적을 이어가려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삼성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할 사람은 이 부회장이다“고 강조했다.
삼성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 후 지난 2개월여간 ‘뉴 삼성’을 기치로 내건 미래를 위한 투자가 전면 중단됐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의 신규 투자도 아직까지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신사업 투자는 리스크가 커서 전문경영인들이 감내하기가 쉽지 않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아직은 오너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체 계열사 사업구조 개편,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등 그룹 차원의 미래 대응을 위한 작업도 보류됐다. 공채도 하반기부터 계열사별로 열린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간 소통의 시간도 사라졌다. 말 그대로 각자도생 체제로 전환했다.
삼성 관계자는 “조직이야 시간이 지나면 안정되겠지만 오너의 부재에 따른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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