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사실상의 ‘문재인 청문회’였다. 원내 5당의 대선 주자들은 19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2017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회’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북핵 위기 등 정치·외교·안보를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13일에 이은 2차 토론회다.
특히 지난 1차 토론회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TV토론 직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하락세로 전환하자, 각 후보들은 사활을 걸고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외교·안보 주제에서는 ‘국가보안법’(국보법)과 ‘북한 주적’ 등 색깔론 검증이 이어지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文, 사드 전략적 모호성 뭇매…洪 ‘책임론’ 제기
이들은 첫 번째 주제(정치·외교·안보)부터 날선 공방전을 펼쳤다. 북핵을 막기 위한 외교적 지렛대를 묻는 질문으로 시작한 정치·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들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옥죄며 벼랑 끝 전술을 퍼부었다. 중간중간 ‘우리나라의 주적’을 묻기도 했다.
핵심 이슈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사전협의 논란 △사드 배치 등이었다. 또한 자신의 답변에 책임을 지고 사실상 사퇴를 간접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포문은 유 후보가 열었다. 그는 문 후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며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언급했다. 유 후보는 지난 2월9일 JTBC ‘썰전’을 언급하며 “‘국정원(국가정보원)을 통해 북한에 물어봤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공격했다.
문 후보는 “정확한 말씀이 아니다. 국정 운영을 안 해보셔서 하시는 말씀”이라며 “북한에 물었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물어본 것과 뭐가 다르냐”고 날을 세웠다.
이어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테이블에 올랐다. 유 후보는 “북한의 5차 핵실험까지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다가 6차 핵실험을 하면서 찬성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문 후보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중국이 제어하는 역할을 못 한다면, 배치할 수도 있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문 후보를 향해 “전략적 모호성을 말씀할 때 당혹스러웠다”며 “평론가의 언어지, 정치 지도자의 언어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전략적 모호성’을 ‘전략적 신중함’으로 표현하며 “(신중함이) 필요하지 않으냐, 이 고도의 외교·안보 사안에…”라고 반박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사전협의 논란과 관련해 “송 전 장관이 거짓말을 했는지, 문 후보가 거짓말을 하는지 (청와대) 회의록을 보면 나온다. 거짓말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문 후보는 “지금 정부의 손에 (회의록이)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받아쳤다. 홍 후보는 재차 “나중에 거짓말로 밝혀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문 후보는 “그럴 리가 없다”라며 확답을 피했다.
◆文, 국보법 폐지 난색 vs 安, 햇볕정책 계승 질문에…
외교·안보 토론 때 ‘국보법’과 ‘북한 주적’ 등 색깔론 검증을 놓고도 난타전을 벌였다.
홍 후보는 문 후보를 행해 “국보법을 폐지할 생각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국보법 폐지는)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들어갈 때 가능한 얘기”라며 “(국보법 폐지는)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들어갈 때 가능하다”고 확답을 피했다.
문 후보는 찬양과 고무 조항인 국보법 제7조를 악법으로 규정하며 법 개정 선에서 그쳤다.
그러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보법 유물관’ 발언을 언급하며 “왜 폐지할 수 없느냐”라고 문 후보를 비판했다.
유 후보는 “북한이 주적인가”라며 문 후보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계승 문제로 공격을 받았다. 홍 후보는 “안 후보는 선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참 오락가락한다”며 “햇볕정책도 계승한다 안 한다, 뚜렷한 대답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그것이야말로 왜곡”이라며 “저만큼 결단의 인생을 산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文 “10조 추경 통해 일자리” vs 安 “소득 파악과 누진제 중요”
경제 분야에서는 ‘세목 조정’ 이슈가 토론의 물꼬를 텄다. 문 후보는 “고소득자 과세 강화, 자본소득 과세 강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또 과표 500억 이상 대기업에 대한 명목세 법인세 인상 등으로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며 “대통령이 되면 이 세수를 활용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10조 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서 일자리 만들기에 사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소득에 대한 파악과 누진제가 적용되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부분을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조세 정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법인세는 감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지 기업에 투자를 이끌어내 일자리도 많이 생기고 기업이 활성화된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는 ‘중복지-중부담’을 언급하며 “많은 대선후보가 수많은 복지 프로그램 공약을 하면서 세금을 얼마나 더 걷을지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박근혜 정부가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하나는 형평성 문제, 두 번째는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며 “복지에 필요한 돈을 그 목적으로만 쓰는 사회복지세를 국민께 제안 드린 것”이라고 전했다.
문 후보의 국민연금 공약(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50% 인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유 후보는 “재원 얘기가 없다”고 비판하자, 문 후보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이미 2015년 국회 국민연금 특별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하자고 합의했던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포함된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논의하겠다는 게 저의 답”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도 “사각지대 해소보다 소득대체율 인상이 먼저인가”라고 문 후보에게 묻자, 문 후보는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文 “촛불민심 받들 것” vs 安 “더 좋은 정권교체”
앞서 각 후보들은 인사말 겸 출마의 변을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문 후보는 “지난겨울 내내 우리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라며 이렇게 탄식했다”며 “촛불 민심을 받드는 진짜 정권교체만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문재인이다. 함께해 달라”고 전했다.
안 후보는 “더 좋은 정권교체를 선택할 때”라며 “1번(문 후보), 2번(홍 후보)에는 기회가 많았다. 이대로 멈추면 미래가 없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선택할 때”라며 “믿고 맡겨 달라”고 전했다.
홍 후보는 “홍준표를 찍어야 자유대한민국을 지킨다”며 “5월 9일 선거는 이 땅의 체제를 어떻게 선택할지의 선거”라고 말했다. 이어 “1번(문 후보)과 3번(안 후보) 후보는 사실상 한 당”이라며 “선거가 끝난 뒤 합당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 후보는 “2017년 취임할 대통령은 경제위기 안보위기를 극복하고, 따뜻한 공동체와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근본적 개혁을 해낼 사람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 후보는 “보수의 희망 유승민이다. 저 유승민은 그 능력이 있다고 감히 자부한다”며 “유승민을 찍어 주시면 유승민이 (대통령이) 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 기호 5번 심상정”이라며 “거침없는 개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다”고 진보 표심을 파고들었다.
심 후보는 지지 선언을 한 손아람 작가를 언급하며 “그동안 당선 가능성에 투표했는데,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당선 가능성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가능성에 투표하겠다고 한다”며 “삶을 바꾸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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