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은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거지, 인민폐를 위해 봉사하는 게 아니야”같은 촌철살인 대사, 수사관들이 부패관료의 집을 급습해 찾아낸 엄청난 양의 돈다발을 10여대 계수기를 동원해 새는 '웃픈'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최고인민검찰원, 우리나라로 치면 대검찰청이 직접 나서서 방송국과 같이 만들었다니, 중국 정부가 얼마나 드라마에 공을 들였는지 알 만했다.
13억 인구 중국에서는 시청률 1%만 돌파해도 성공인데, 이 드라마 시청률은 이미 5%를 돌파했다. 드라마에서 캡처한 인물의 이모티콘이나 대사를 편집한 짤막도 인기다. 해당 도서는 이미 140만권 넘게 팔렸고, 해적판까지 나돈다.
드라마는 중국 공직사회의 반부패 교과서가 됐다. 일부 당정 기관 공무원들은 의무적으로 시청하고, 심지어 간부들은 저녁 7시 30분 본방을 사수하라는 지침도 떨어졌다. 드라마 시청 후 1500자 이상 감상문도 써야 한다. 이러니 ‘부패와의 전쟁’을 진두 지휘하는 시진핑의 업적을 찬양하기 위한 드라마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 공직사회 부패에 진저리가 난 시청자들은 뜻밖에 열광했다. 중국 부패관료를 실제 모델로 해 부패한 사회 고위층에 대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비판한 드라마에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이다.
문득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 편의 반부패 드라마 같은 현실이 떠올랐다. 기업을 협박해 돈을 갈취하고, 비선 실세가 국정을 쥐고 흔들고, 청와대 관료들이 잔심부름꾼으로 전락하고, 죄가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다들 모르쇠로 일관하고. 여기에 사이비종교, 무당, 호스트바 등 온갖 소문이 양념으로 뿌려져 오죽했으면 드라마보다 뉴스가 더 재밌다는 말이 나왔을까. ‘내 친구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한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중국인의 냉소적 반응도 잊을 수 없다.
'인민의 이름으로', '내 친구는 대통령'. 모두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현실 같은 드라마', '드라마 같은 현실'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 부패관료의 최후는 어떠할지, 시청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