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쉬운 돈벌이로 수익 낸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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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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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금융사들이 본연의 역할은 뒤로 한 채 '이자놀이'에만 집중,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1일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15개 은행장을 불러 모아 "은행이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에 따른 자금중개보다 정책적 보증 제도에 기반한 영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은행 본연의 자금공급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은행들이 앉아서 이자만 챙기는 영업을 꼬집은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실물경제 여건 악화, 자본규제 강화 등을 감안해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여전히 이자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분기 은행들의 이자 수익은 크게 늘어났다. 국민은행은 6635억원, 우리은행 6375억원, 신한은행은 53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 가운데 특히 이자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66%로 전 분기보다 5bp(1bp=0.01%포인트) 개선됐다. 신한은행은 1.53%로 4bp, 우리은행은 1.44%로 7bp 각각 순이익이 증가했다. 478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KEB하나은행의 NIM은 1.44%로 6bp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4035억원)도 1bp 오른 1.92%의 NIM을 기록했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금융기관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지난해 순이자마진이 개선된 이유는 가계대출 규제 분위기 속에서 대출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린 반면, 예금 금리는 조정하지 않아 조달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손해보험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위험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보다 대출·저축성보험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손보사의 당기순이익은 3조4681억원으로 전년보다 27.7% 늘었다. 자동차 손해율이 개선되고 대출채권 증가에 따른 이자수익이 증가했다.

손보사의 역할은 화재보험, 해상보험, 배상책임보험 등 사고에 대한 손해를 보상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보험사가 거둬들이는 총 보험료(수입보험료)에서 일반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11.9%로 가장 낮다.

이에 반해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장기보험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장기보험은 67.3%로 수입보험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로 인해 일반보험 시장은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손보업계의 지난 3년간 일반보험 실질성장률은 해상보험 -10.2%, 기술보험 -5.5%, 책임보험 -3.9% 그리고 종합보험 -15.0%로 전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글로벌 기준에도 뒤처져 있다. 국내 손보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손해보험의 수입보험료는 0.5%에 불과하다. 미국 2.7%, 독일 2.2% 보다 월등히 낮다.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개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8134억원으로 전년 대비 9.9% 감소했다. 마케팅 관련 비용이 급증하고 가맹점수수료 인하가 영향을 끼쳤다. 수익이 줄었지만 저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감소와 카드론 이용액은 10% 늘었다. 이자수익만 2792억원 증가했다. 이자 수익으로 마케팅 비용 상승을 상쇄한 셈이다. 

또 다른 통계도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의 조달비용 대비 카드 대출수익은 무려 167%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저금리로 싸게 돈을 빌린 후 카드론·현금서비스 금리를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고수익을 남겼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은행의 대출문턱이 높아지자 이를 기회로 삼고 보험·카드 등에서의 대출영업이 확대됐다"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금융환경이 매년 팍팍해지면서 이자수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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