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우리나라의 수출이 3년여 만에 증가세로 반전되면서 국가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주역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경기 개선에 따른 영향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수출 증가세 달성이라는 고무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수출용 원자재 수입도 늘어나면서 총 수입도 늘어나는 등 ‘불황형 무역흑자’도 점차 희석되고 있다.
수출 호조에 따라 경제 전망 기관들도 일제히 우리나라의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다만, 내수 소비둔화와 가계부채, 구조조정 등 내부적 불안요소에 중국의 경제 보복,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이 걸림돌이다. 우리나라가 경쟁우위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호황이 지속되면서 수출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 10대 수출국 중 증가세 최고
같은 기간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4.0% 늘어난 3028억 달러, 2위인 미국은 2373억 달러로 6.9% 확대됐다. 3위인 독일은 2141억 달러로 3.5%, 4위인 일본은 1035억 달러로 9.2%, 5위인 네덜란드는 974억 달러로 12.1% 증가했다.
7위 프랑스의 수출액은 77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 줄어든 반면, 8위 홍콩은 761억 달러로 9.2%, 9위 이탈리아는 707억 달러로 3.7%, 10위 영국은 687억 달러로 4.2% 각각 늘었다.
올 1~2월 전 세계 71개 주요국가의 수출액은 2조377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연초 전 세계 수출이 증가한 것은 3년 만이다. 수출이 줄어든 국가는 8개국에 불과했다.
◆선진국·신흥국 등 세계 경제 회복세, 수출에 도움
우리나라의 수출이 증가한 것은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 신흥국 등 전반적인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3일 발표한 ‘살아나는 글로벌 경제’ 보고서를 통해 “미국경제가 골디록스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미국경제가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인다고 전했다. ‘골디록스(Goldilocks)’는 경제가 과열되지도 침체하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황을 말한다.
중국 경제도 소비가 견고하게 증가하고 투자가 개선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회복되고 있으며, 유로존 경제는 양적 완화 정책으로 살아나고 있다. 일본경제도 고용 여건과 수출 등이 개선되면서 전반적으로 완만한 회복세다.
인도는 모디 정부의 경제개혁 정책 지속으로 기업의 비용이 감소하고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로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며, 러시아도 국제 유가 상승과 환율 안정세로 내수가 살아나고 대외교역이 증가하며 정부지출 확대로 올해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국이 안정되고 원자재 가격 반등으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고부가가치화 성과··· 일자리 증대·부가가치 창출 늘어
지난 2년여간 금액 면에서는 감소했으나 수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의 질이 개선되고 수출품목의 고부가가치화 노력이 서서히 성과를 이뤄내면서 일자리 증대와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3일 발간한 ‘수출의 우리 경제에 대한 기여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수출로 인한 직·간접적 취업자 수는 408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수출액 100만 달러당 취업유발인원은 8.23명으로 2011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취업유발인원은 100만 달러 상당을 수출하기 위해 발생한 직접적인 취업자 수와 관련 부문에서 간접적으로 고용된 취업자를 말한다.
유형별로는 서비스업 202만명, 제조업 193만명, 농림어업·광업 1만3000명이었다. 제조업 중에서는 자동차 23만명, 기타 제조업 20만명, 전기장비 16만명, 특수목적용 기계 14만명, 반도체 11만명 순으로 취업유발효과가 컸다.
수출이 창출한 부가가치도 더 커졌다. 전체 상품 수출에서 수출로 유발된 수입액을 차감한 부가가치율은 지난해 55.9%로 2015년의 55.5%보다 0.4%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0년 53.6%를 기록한 이래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체적인 수출은 부진했지만 화장품, 의약품, 컴퓨터 보조기억장치(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선전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업종별 부가가치 수출액을 보면 반도체가 264억 달러로 선두였고, 자동차 238억 달러, 전기장비 134억 달러, 금속제품 114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수출 증가세는 지속될 듯, 여건 개선에 총력 펼쳐야
전문가들은 수출 증가를 주도하는 품목은 우리나라가 비교 우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산업으로 현재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국가 경제의 활력을 좌우하는 수출이 되살아난 이때, 내수 불황 타개 정책과 더불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는 회복 조짐이 보이지만 한국 경제는 회복되는 수출 경기보다 내수 경기가 여전히 불황인 내·외수 디커플링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내 수출 경기의 개선이 지속될 수 있도록 주요국 시장 진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혜정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도 “수출이 경제성장 엔진으로서 지속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과 함께 부가가치, 일자리 창출 등에서도 견고한 성장세가 필요하다”면서 “서비스 산업의 수출산업화, 고부가 수출상품의 경쟁력 제고, 신성장산업(차세대 반도체, 친환경 에너지 등)의 수출활성화 등이 계속 된다면 수출에 의한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효과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분위기를 이끌어줄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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