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한국 기업이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2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금은 102조1천214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는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탁회사 등이 포함된다.
이 통계는 병원 등 공공기관과 정부까지 포함하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작년 말 178조7천815억원)과는 다른 것이다.
이른바 제2금융권에 속하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금이 100조원을 돌파하기는 사상 처음이다.
연간 기업대출 증가액을 보면 2014년 4조6천919억원에서 2015년 12조9천214억원을 껑충 뛰었고 작년에는 19조9천747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들어서도 두 달 동안 5조917억원(5.2%) 불었다.
작년 같은 기간 증가액 3조3천798억원보다 50.7%나 많은 규모다.
한국 경제가 올해 수출 호조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아직 실물경제의 구석구석으로 온기가 퍼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싼 2금융권을 많이 찾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은행권 기업대출금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이 84조9천103억원으로 83.1%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대출에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가 빌린 돈도 포함돼 있다.
은행의 대출심사 강화로 자영업자의 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한 이른바 '풍선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기관별로는 상호금융이 40조3천889억원으로 가장 많고 저축은행이 25조1천47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2월 저축은행 기업대출의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7.57%로, 예금은행 기업대출 금리(3.49%)의 두 배를 넘었다.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상승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오르고 경기 회복이 더딜 경우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할 위험이 있다.
이미 은행권에서는 '적신호'가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은행의 대기업의 대출 연체율(0.73%)은 전달보다 0.01% 포인트 상승한 데 그쳤지만,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0.81%)은 0.07% 포인트나 올랐다.
지난 2월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시장금리의 추가 상승, 신용위험 증대 가능성 등에 대응해 개인사업자외 중소기업 부문에 대한 중개기능이 원활히 작동하는지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기업대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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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기업대출금(기말) │ 증가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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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 59조4천417억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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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 64조1천336억원 │ 4조6천919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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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77조550억원 │ 12조9천214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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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97조297억원 │ 19조9천747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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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02조1천214억원 │5조917억원(1∼2월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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