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의 당선은 프랑스 사회 전반의 깊은 불안을 보여준다" 프랑스 리옹의 시장인 제라르 콜롬은 대선 1차 투표 뒤 프랑스 2 텔레비전에 출연해 이번 프랑스 1차 투표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기존 정치와 결별을 선언한 마크롱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결국 이전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 신생정당 '전진' 창당 기존 정치에 반기···최연소 대통령 기록 세울 듯
39살에 불과한 마크롱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의 기록을 세운다. 좌·우로 갈린 프랑스 기존 정치판을 흔들겠다며 신생정치단체 ‘앙 마르슈(En Marche·전진)’를 창당한 마크롱의 이력은 화려하다.
마크롱은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정치대학와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경제부처에 잠시 몸 담기도 했으나 곧 투자은행 로스차일드로 자리를 옮겨 인수합병(M&A) 분야 등과 관련된 일을 했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집권하던 2012년 당시 경제보좌관을 맡았고, 2014년 36세에 불과한 나이로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았다.
이같은 이력 탓에 그가 과연 적극적으로 기존 제도 개혁에 나설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 하는 이들도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고급 관료를 거쳤으며, 재계 인사들과도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마크롱은 기득권 핵심 출신이다. 이런 그가 시스템과 맞서 싸운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 좌·우 아우르는 고난도 과제…"5년 뒤 르펜 집권 발판 될 수도"
결선 진출이 확정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뒤 마크롱 후보는 23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우리에 놓여진 과제는 정치적인 새로운 페이지를 열고, 프랑스와 유럽에서 각각의 국민들이 자신의 위치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는 프랑스의 모든 구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며, 국수주의 위협에 맞서는 맞서는 애국자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서 사회통합에 주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중도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마크롱의 정책은 복합적이다. 경제적으로는 주 35시간 노동 폐지를 주장하는 등 친기업적인 입장을 표방하고 있지만, 동시에 복지 부분에서는 좌파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연금 시스템의 개혁, 실업수당의 효율적 운영,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마크롱 측에서는 이같은 공약들을 '실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이같은 약속들이 수십년 지속된 높은 실업률과 테러에 지친 프랑스 속 '회의주의'를 걷어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도 자리잡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대한 지지를 내세우고 있는 마크롱이 기존 정권의 오류를 그대로 반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가디언과 인터뷰한 프랑스의 한 유권자는 "마크롱은 국민들이 왜 르펜에게 표를 던지는 지 모르고 있다"면서 "다음 5년동안 결국 과거의 실패는 반복될 것으며 결국 르펜이 당선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마크롱의 승리는 "샴페인 거품"과 같은 인기라는 비판도 있다. 올랑드 대통령의 연임 포기, 강력한 경쟁자였던 피용 후보의 스캔들 등 주변의 정치적 환경 덕에 마크롱이 운좋게 당선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크롱 측은 "후보 스스로가 운을 만들어낸 것이며, 오랜 기간 동안 정치적 전략 및 역할에 대해 고민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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