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FTA 정책의 바로미터로 삼은 한·중FTA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른 반발로 한국기업에 대한 무역보복으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FTA를 통해 미국, 일본 등과 경제패권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던 중국이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중국정부의 추진력은 상당 부분 희석될 전망이다.
코트라(KOTRA)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5년 12월 20일, 한·중 FTA가 발효되면서 양국간 경제교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2016년 FTA 발효 2년차 관세율이 적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교역액과 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지속했다.
이는 중국 내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전체 수출액이 전년 대비 7.7% 감소했고, 자국내 경기침체 및 글로벌 유가하락, 수입단가 하락으로 수입액 또헌 5.5%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올 1분기에는 중국의 산업생산이 호전 국면으로 진입했으며, 세계 경기 개선 및 국제 유가 상승 등을 배경으로 양국간 무역액이 증가세로 전환됐다.
◆낮은 FTA 활용률···사드 배치도 영향 미친 듯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한·중 FTA 발효에 따른 양국 무역·투자 감소의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5년에도 양국간 무역은 감소세였으나 2016년에 FTA로 만회했다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2017년 무역이 증가세로 반전했지만 경기 개선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기대와 달리 낮은 한·중FTA 활용률에서 원인을 찾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기업의 대중 수입시 FTA 활용률이 58.1%에 달한 반면, 대중 수출시 활용률은 33.9%에 불과했다. 특히 광산물(53.2%)을 제외하면 전기전자제품은 15.0%, 생활용품 17.4%, 기계류 27.9%, 섬유류 21.6%, 플라스틱고무 및 가죽제품 26.2%, 철강금속제품 31.4%, 농림수산물 34.6%, 화학공업제품 49.1%로 수출품 대부분의 FTA 활용률이 50%에 미치지도 못했다.
한국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관세혜택이 적어 복잡한 절차를 통해 한·중FTA 관련 서류를 구비하는 것보다 기존 수출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중소기업을 망라하고 국내 수출기업들은 중국의 통관 및 원산지 검증절차가 까다로워 과다한 서류 준비와 통관시간 지연 등의 애로를 겪고 있다.
여기에 한국 기업보다 중국 기업들의 한·중FTA에 대한 이해도가 여전히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점도 FTA 활용을 막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은 차이나데스크 등 한·중FTA 활용지원기구가 설치되어 측면지원하고 있으나 중국은 전문 자문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정부의 느슨한 대응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한편, 사드 한반도 배치에 따른 자국내 험한 감정도 한·중FTA 확산을 막는 배경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즉, FTA는 발효 초기 관심의 초점이 되었을 때 활용 사례를 적극 발굴해 나가야 하는데, 중국측은 한국기업에 대한 무역 보복을 위해 이러한 활동을 자제했다는 것이다.
◆중국, 29개 FTA발효·협상중·추진국중 10대 무역대국은 한국 뿐
2017년 4월 현재 중국은 한국과 호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등 14건의 FTA를 발효중이며, 한·중·일,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걸프협력회의(GCC) 등 9건의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인도, 콜럼비아 등 6개 국가와 FTA 추진 타당성을 검토중이다.
중국이 기체결한 FTA 체결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총액은 7조5000억 달러로 전 세계 GDP의 10%에 불과하다. 한국이 체결한 52개 국가의 GDP 총합이 53조7000억 달러로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중국 전체 무역에서 FTA 체결국 비중은 33%로, 한국의 68%에 절반 수준이다.
중국의 FTA 활용률이 낮은 배경은 한국과 호주, 아세안을 제외하면 체결국 또는 협상 및 추진 타당성 검토국가들 대부분이 경제규모가 크지 않은 신흥국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2016년 세계 10대 수출국가중 중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는 한국과 홍콩뿐이었으며, 개별국가 기준 연간 GDP가 1조 달러 이상을 기록한 국가도 한국과 호주에 불과했다.
홍콩은 중국에 포함되어 중개무역 비중이 많고, 호주는 식량·자원 무역이 주를 이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 정부의 대외개방정책의 바로미터는 한국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경제대국은 중국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이어 중·미, 중·EU간 FTA는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대외개방 확대 정책 추진에 있어 주요 FTA 체결국인 한국과의 FTA 성과는 향후 중국의 대외정책 추진 실효성에 대한 제3국의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FTA 활용률 극대화를 위한 양국간 협력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한·중FTA를 통해 대외개방의 효과를 증명하지 못할 경우 대외적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중국은 자유무역구 신설을 주 내용으로 한 자국 위주의 개방정책에 힘을 할애하고 있고, FTA 또한 자국의 이익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추진하려는 경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주도했던 메가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미국이 탈퇴하면서 좌초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중국이 RCEP를 통해 국제 교역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국이 FTA를 통한 경제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RCEP도 원만히 추진되지 못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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