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김 화백의 노란색 전면 점화 '12-V-70 #172’로,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63억2000여만원(약 4150만 홍콩달러)에 낙찰된 바 있다.
이로써 김 화백의 작품은 지난해 4월 48억6000만원으로 경매 최고가를 경신한 뒤 1년 사이에 세 차례나 최고가를 경신하며 경매 최고가 1~5위 모두를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최고(高)'를 기록한 것은 또 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 실업률은 4.3%로 이 둘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6.4였다. 서민 가계가 겪는 경제적 고통을 수치화한 지표가 2012년 1분기 6.8을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서민 가계의 고통이 커지면 삶의 만족도는 낮아지고, 소비심리도 덩달아 위축돼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군다나 브렉시트 이후 더 커진 금융 불확실성과 출렁이는 주식시장, 불투명한 부동산 등의 '악재'가 가득한 상황에서 미술품은 왜 연일 경매 최고가를 경신하는 것일까.
미술사적으로 검증된 작품들은 '안전자산'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에 따라 가격이 춤을 추는 중저가 미술품과 달리 가치가 검증된 고가 미술품은 상승세가 다소 꺾일 때는 있더라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한다. 지난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적 경기 침체에서도 글로벌 아트마켓이 유사 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어떤 배경이든 서민들에게 미술품 그리고 경매는 '딴 세상'일 수밖에 없다. 서울옥션의 미술품 대중화 브랜드 프린트베이커리, 서울옥션블루의 온라인 경매 등이 합리적 가격, 경매의 용이성 등으로 일반인들의 미술품 문턱을 낮추는 데 일조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 '억'소리 나며 팔려나갈 때 '억'소리 내며 스러지는 서민들이 있다는 현실, 이 간극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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