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향후 4년의 국정운영의 기본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100일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새로운 유형의 대통령인 트럼프 백악관 입성 100일을 맞아 평가에 나서고 있다.
◆ 국회와의 관계 큰 걸림돌…트럼프 케어부터 멕시코 장벽까지 난항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들고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흔적 지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오바마 정부 최대의 업적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오바마 케어 폐지하고 대신 트럼프 케어라는 새로운 건강보험 법안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국회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트럼프는 개정한 트럼프 케어를 통과시키고자 하지만, 최근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이번 주 내 통과는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트럼프 케어의 좌초가 이어지면서 다른 주요 과제 중 하나인 세금 개혁문제도 더뎌지고 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제개혁 통과 목표시점을 연말로 연기하기도 했다. 결국 의회와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면서 정책들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멕시코 장벽 건설비용 문제까지 겹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의 갈등은 최고조를 향하고 있다. 트럼프가 요구한 멕시코 장벽 건설 자금 1차분인 41억 달러 편성에 대해 민주당이 강력히 맞서고 있다. 만약 공화당이 독단적으로 밀어부칠 경우 다른 예산안 통과도 막으면서 연방정부 ‘셧다운’(부분업무정지)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으며, 공화당은 멕시코 장벽 안건은 뒤로 미루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간 가장 큰 실패는 트럼프 정부가 의회와의 협력 관계를 제대로 확립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 외교정책의 전환 가장 극적…불확실성 여전히 높아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 100일 동안 가장 큰 변화로는 외교정책이 꼽힌다. 유세 기간 내내 친러시아적 성향을 보였던 트럼프였지만, 최근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계기로 상황은 반전했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한때 브로맨스로까지 불렸던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에는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뿐만아니라 아프가니스탄 내 '이슬람국가'(IS) 본거지에도 강력한 재래식 폭탄 GBU-43, 일명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를 투하하면서 국제안보에 개입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유세기간 내내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중국과의 관계는 나날이 긴밀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양국 무역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던 트럼프의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쓸모없는 기구라고 폄하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대해서는 더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 테러리즘에 맞서 싸우는 방어벽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는 기존의 신념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는 실리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상황에 따른 즉흥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 향후 전략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어 적대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지만, 동맹국에 대한 방어는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을 트럼프 독트린으로 부를 수 있다고"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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