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부는 매서운 바람 때문에 월동준비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꽃샘 추위에도 불구하고 월동준비를 하지 않는 이유는 곧 따뜻한 봄바람이 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계절을 바꿀 수는 없기에 제철에 맞는 옷을 입기 위해서는 하루하루의 날씨가 아닌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어야 한다.
투자에도 사계절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절을 파악해서 적절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투자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성공 투자를 위해 흔히 알고 있는 분산 투자나 장기 투자도 투자의 사계절을 파악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기업 실적과 금리 방향으로 주식시장을 크게 네 가지 국면으로 구분하는 우라가미 구니오(浦上邦雄)의 분석법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좋은 지침서가 되고 있다. 구니오는 '주식시장 흐름을 읽는 법'이란 책에서 증시가 경기 사이클에 따라 4개 국면을 반복한다고 강조했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내리는 상황에서 경기가 좋지 않으면 기업의 실적도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주식시장도 하락 종목 수가 월등히 많아지고,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주류를 이루게 되는 역(逆)실적 장세다. 이는 투자의 사계절 중 겨울에 해당된다.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자금이 몰리다 보니 주식시장은 매수세가 실종돼 급락이 발생하는 공포 국면이 연출된다.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은 지속되지 않는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위기 극복을 위해 온갖 정책을 쏟아내고, 이로 인해 주가는 하락을 멈추고 반등을 시작한다. 하지만 금리는 여전히 하락 압력을 받고 있고 기업의 실적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지만 바닥을 확신하는 저가 매수 세력과 숏포지션의 청산으로 주가는 상승하는 금융장세, 즉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주가의 상승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실적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 또한 기업의 매출 증가를 동반한 실적 개선이 소비 개선으로 연결되기 전까지 주가는 박스권에서 횡보를 지속한다. 하지만 실적 개선이 나타나면 주가는 다시 탄력을 받으며 상승을 시작하고 건전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금리도 상승으로 방향을 잡는다.
안전자산인 채권보다는 주식 쪽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이머징 국가의 채권과 주식 그리고 통화까지 동시에 강해지는 국면이다. 상승 종목 수가 월등히 많아지는 실적장세인 여름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초보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할 시점인 것이다.
지금 한국의 주식시장은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개선된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의 수가 늘어나고 있고 경제 전망도 상향 조정되는 등 더 이상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졌다. 소비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억누르고 있던 정치적인 불안, 중국과의 갈등, 대북 문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주식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기에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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