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미래얘기 하겠다"며 정치논쟁 말 아껴…대북문제선 文과 충돌
洪·劉, 文 때리기…"정책본부장과 토론"에 劉 "매너없다" 역공
沈, 文에는 정책질문…安에는 '아킬레스건' 부인 의혹 맹공
(서울=연합뉴스) 정당팀 = 조기대선을 2주 앞두고 25일 JTBC와 중앙일보, 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대선후보 4차 TV토론회에서 후보들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십자포화를 쏟았다.
문 후보가 이에 강경한 태도로 응수하면서 후보들 사이에서는 거친 설전이 오가는 등 대선을 앞두고 신경전이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자유 토론과 주도권 토론에서 문 후보는 다른 후보들로부터 가장 많은 23차례의 질문을 받는 등 문 후보는 집중 공세를 받았다. 두 번째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13차례)에 비해 10번 많은 질문을 받은 셈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12차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8차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7차례씩 다른 후보들의 질문을 받았다.
안 후보는 "미래에 관해서 얘기하겠다"고 전제를 하고 토론에 임하면서 정치공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홍 후보와 유 후보는 문 후보를 동시에 견제하는 와중에서도 보수 주도권을 두고 경쟁을 이어갔고, 심 후보는 문 후보와의 정책적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안 후보를 겨냥해 '보좌관 갑질' 의혹을 거론하는 등 맹공을 펴는 모습을 보였다.
◇ 文에 쏟아진 집중포화…"정책본부장과 토론" "매너 없다" 거칠어진 신경전 = 이날 토론에서도 지난 TV토론과 마찬가지로 문 후보에 대한 후보들의 공세가 계속됐다.
자유토론과 주도권 토론을 합쳐 후보들이 다른 주자에게 질문하는 데 사용한 시간은 약 3천300초(약 55분)였으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천700초(약 28분)가 문 후보에 대한 질문에 사용됐다.
특히 문 후보가 상대 주자들의 질문 공세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후보들 사이에서는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먼저 유 후보가 문 후보의 일자리 공약 재원을 두고 "4조 원으로 공공기관 64만 개를 만든다는 것도 황당하다"며 "계산도 제대로 안 해보고 재원을 너무 낮춰 잡은 것 아닌가"라고 문 후보를 압박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더 자세한 건 유 후보님이 (캠프의)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는 게 맞겠다"고 답했지만, 유 후보는 "저더러 정책본부장이랑 토론하라니 너무 매너 없으신 것"이라며 "이런 오만한 토론 태도가 어딨느냐"고 불쾌감을 보였다.
문 후보는 홍 후보와도 정면 충돌했다.
홍 후보가 문 후보를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는 뇌물이니까 환수해야 할 것 아니냐"고 포문을 열었다.
문 후보는 "그게 뇌물이 되려면 적어도 노 대통령이 직접 받았거나 노 대통령의 뜻에 따라 받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홍 후보가 이에 "수사기록을 보면 당시 중수부장의 말은 노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돈을 요구했다고 돼 있다"고 말하자 문 후보는 "이보세요. 제가 조사 때 입회한 변호사"라며 언성을 높였고, 이에 홍 후보가 "말씀을 왜 그렇게 버릇없이 하느냐"라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安 "미래 얘기하자" 정치공방 말 아껴…文과는 신경전 = 안 후보는 이날 정치공방에서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난 토론에서 '갑철수',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발언 등으로 정치적 논쟁을 벌였던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안 후보는 토론이 시작하자마자 "TV토론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크다. 과거 이야기만 하다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저부터 큰 책임감을 느낀다. 오늘 토론부터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안 후보는 안보분야 자유 토론에서도 최근 논란이 된 송민순 회고록 파동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대신 미세먼지를 주제로 얘기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그러면서도 문 후보와는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안 후보는 문 후보를 겨냥해 "지난 대선 때 TV토론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얘기하며 저에게 'MB와 같은 것 아니냐'고 왜곡되게 표현한 적이 있다"며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라고 물었다.
문 후보는 안 후보가 최근 금강산 관광 재개에 신중론을 보이는 것에 대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찬성하다가 지금은 또 유보하거나 반대하는 것 같은 입장이신데, 금강산 관광 중단은 정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통탄할 일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지금은 대북제재국면이다. 그래서 대북제재의 끝에 열릴 협상테이블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일괄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살아계셨으면 저와 같은 생각이셨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안 후보는 유 후보와는 "칼퇴근 노동공약을 채택하겠다"(안 후보), "고맙습니다"(유 후보) 등의 대화를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도 연출했지만, 당내 '리더십'문제를 두고는 충돌하는 모습도 보였다.
홍 후보와도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을 두고 "잡범들 훈계하듯 했다"(홍 후보), "헌법에 정면 도전한 것"(안 후보)이라며 설전을 벌였다.
◇ 洪·劉 '文 때리기' 속에서도 상호견제…沈은 安 저격 = 이날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창끝을 문 후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 후보의 경우 총 11번의 질문 가운데 7번의 질문을 문 후보에게 던졌고, 2번을 안 후보에게, 나머지 2번을 유 후보에게 사용했다.
유 후보의 경우에도 11번 질문 중 6번을 문 후보에 대한 공격에 할애했다. 안 후보에게 2번을 물어봤고, 심 후보에게도 2번, 문 후보와 심 후보에게 동시에 질문한 것이 1번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홍 후보와 유 후보 사이의 보수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홍 후보는 토론 중간 "바른정당과 민주당, 정의당이 한 편인 것 같다"면서 보수후보로서 차별화를 꾀했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제안한 '3자 단일화'를 두고는 홍 후보는 "그런 걸 왜 물어요. 나는 생각도 없는데"라며 "바른정당 존립이 문제 되니까 한번 살아보려고 하는 건데"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특히 두 후보는 재벌개혁 부분에서 정면 충돌했다.
홍 후보가 먼저 "저는 흙수저 출신이지만, 유 후보는 금수저 출신이다. 그런데 유 후보는 재벌을 증오하는 느낌이 든다"고 질문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저는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재벌개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제가 금수저라지만 부모를 선택해 태어날 자유는 없다. 홍 후보는 흙수저 출신이 왜 눈물 흘리는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지 않고 재벌을 옹호하나"라고 반박했다.
정의당 심 후보는 이날 7차례로 가장 적은 질문을 받았지만, 12번의 질문 가운데 5차례를 안 후보, 4차례를 문 후보, 3차례를 유 후보에게 할애하며 공격에 힘을 쏟았다.
심 후보는 동성애 문제에 대해 문 후보가 "저는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심 후보는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문 후보에 대한 공세가 정책 분야에서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안 후보에 대해서는 '약점'인 부인 김미경 여사의 '보좌진 갑질'의혹을 언급하는 등 작심공격을 했다.
심 후보는 "김 교수가 사과했지만, 이 문제는 안 후보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 후보는 "아내가 제 의정활동을 돕기 위해 여러 외부강의라든지 활동들을 많이 했다"며 "그럼에도 그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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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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