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심리학자 미셸(W. Mischel) 박사는 ‘마시멜로 실험(1966~1981)’으로 유명하다. 실험은 간단하다. 4살이 된 아이들에게 달콤한 마시멜로 사탕 한 개가 담긴 접시와 두 개가 담긴 접시를 보여준다. 그리고 사탕 한 개가 담긴 접시를 두고 나가면서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으면 두 개를 주겠다고 한다. 아이의 선택은 간단해진다. 마시멜로를 먹거나, 참다가 먹거나, 끝까지 참거나.
이 아이들을 15년 후에 다시 만났다. 결과는 어땠을까? 끝까지 참은 아이들은 학교에서의 삶, 성적 등에서 그러지 못한 아이들보다 더 큰 성취를 이뤘다. 이 연구결과는 지능지수보다 더 연관성이 높았고, 인종이나 민족의 차이도 거의 없었다. 이것은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고 인내하는 힘으로 냉철한 자기통제력이 필요하다.
1989년 두 번째 마시멜로 실험 결과를 미셸 박사팀(W. Mischel, Y. Monica, L. Rodriguez)이 발표했다. 두 번째 실험은 이전 실험과 같았지만 한 가지가 달라졌다. 그것은 마시멜로 사탕이 담긴 그릇에 뚜껑을 덮는 것이었다. 이번 실험에서는 놀랍게도 아이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두 배 길어졌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환경이 인내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감각이라는 자극이 사라지니 인내력이 생긴 것이다.
마시멜로와 같은 실험의 대상이 되거나, 혼자 시험을 준비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한 번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을 생각해보자. 대부분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철저하게 준비하려고 생각한다. 마시멜로 실험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누구나 자신이 두 개의 마시멜로를 얻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곧 마시멜로 실험과 유사한 결과가 나타난다. 냉정함이 부족한 친구들은 ‘오늘은 여유롭게 보내고 내일부터 시작하지’라고 하며 자신을 유혹한다. 물론 내일이 돼도 유혹은 계속된다. 결과는 당연히 냉정하게 나온다. 냉철하게 자신을 대하지 못한 대가다.
세상을 놀라게 할 일들이 갑자기 만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고 땀의 대가다. 꽃을 커다랗게 그렸던 유명한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는 미국 위스콘신 태생이다. 컬럼비아대학과 뉴욕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공부한 그녀는 꽃이나 짐승의 뼈, 식물의 기관 등을 실제 보이는 것보다 아주 크게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유명한 그림으로는 ‘검은 붓꽃(1926)’, ‘천남성(1930)’ 등이 있는데, 200점이 넘는 꽃 그림 중에 꽃 하나를 다 그린 그림이 한 점도 없다.
오키프는 화가들이 찾아와 그림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고 회고했다. 질문의 핵심은 “왜 그렇게 꽃을 크게 그리느냐?”는 것이었다. 오키프는 이렇게 되물었다고 했다. “그럼 당신들은 강이나 산을 그리는 화가에게 실제보다 왜 그렇게 작게 그리는지 물은 적이 있는가?” 그녀에게 꽃은 인내해서 이해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미경처럼 관찰하는 눈이 있어야 했고, 꽃과 인내하며 친해질 시간도 필요했다. 과학자들이 무언가를 발명하고 발견하기 위해서 미생물과 친해지고 심지어 기계와 친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그녀의 그림은 심미적인 해석이 더해져 꽃의 생물학적 외형에 추상적인 아름다움이 입혀졌다.
오키프는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키프를 찾았던 화가들은 그녀가 왜 그렇게 꽃을 크게 그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세상의 모든 것을 대한다. 지식도, 친구도, 가족도, 자신마저도 그렇게 대하기는 마찬가지다. 오키프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자. “아무도 꽃을 보지 않지. 꽃은 너무나 작아서 우리는 꽃을 볼 시간이 없어. 그런데 말이야, 친구를 사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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