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보안업체인 시만텍코리아는 2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인터넷 보안 위협 보고서(ISTR) 제 22호'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주요 보안 위협으로 △정치적 동기를 가진 사보타주 및 체제 전복을 위한 사이버 공격 급증 △민족국가, 전세계 금융권 겨냥 대규모 사이버 절도 성공 △일반 IT 툴의 무기화를 통한 ‘자력형 공격’ 증가, 이메일 활용 공격 최고치 △전세계 랜섬웨어 공격 36% 증가, 평균 122만원 요구 △클라우드 환경의 균열을 노리는 사이버 범죄 등을 꼽았다.
윤광택 시만텍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016년은 사이버 공격 활동의 목적에 새로운 변화가 포착된 한 해로 수 백만 달러 규모의 은행 절도, 미(美) 선거 과정에 영향을 주기 위해 국가의 지원을 받는 해킹 조직의 공공연한 공격 시도 등 전례 없는 사이버 공격의 양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윤 CTO는 "사이버 범죄자들은 새로운 그룹을 표적으로 삼고 이들을 무력화시키고자 정치적 파급력이 매우 큰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며 "미국 민주당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과 연이은 탈취정보 유출 사태는 공개적인 캠페인을 통해 표적 단체 및 국가를 불안한 상태로 만들고 무력화시키려는 범죄 양상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사이버 범죄자들이 미국 선거를 겨냥한 공격 캠페인이나 디스크를 지우는 악성코드인 '샤문(Shamoon)' 공격 등 다른 국가의 정치에 영향을 주고 불화를 유도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CTO는 "새로운 유형의 공격자들은 주로 금전적인 야망을 드러냈으며, 이는 은밀히 체제 전복을 위한 활동 기금 마련을 위한 공격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날 금융권 최대 규모의 절도 사건은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공격자들이 탈취한 금액은 수 십억 달러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실제 보고서는 방글라데시, 베트남, 에콰도르, 폴란드 등에 있는 은행을 겨냥한 공격과 ‘북한’이 관련돼 있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 집단은 최소 9400만 달러(한화 약 1060억원)를 탈취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 CTO는 "지난해 주목할만한 또 다른 양상은 사이버 범죄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IT 자원을 동원해 공격 캠페인에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자력형 공격’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사이버 범죄자들이 PC에 설치되는 일반적인 스크립트 언어인 파워쉘(PowerShell)이나 흔히 사용하는 MS 오피스 파일을 무기로 활용해 공격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시만텍이 여러 곳에서 확인한 파워쉘 파일의 95%는 악성으로 확인됐다.
윤 CTO는 "이 밖에도 지난 해에 공격자들이 선호하는 공격 수단으로 이메일 사용이 급증하면서,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메일 131건 당 1건의 이메일에 악성 링크 또는 악성 첨부문서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교한 스피어피싱 이메일에 의존하는 ‘업무 송금 유도 이메일 사기(BEC)’를 통해 지난 3년간 기업에서 빼낸 금액이 30억 달러(한화 약 3조3795억원)에 이르며, 매일 400개 이상의 기업이 표적이 되고 있다.
윤 CTO는 "랜섬웨어(ransomware) 역시 전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고, 범죄자들에게는 여전히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로 이용되고 있다"며 "지난해 100개 이상의 신규 랜섬웨어 패밀리(동일한 범주로 구분한 변종 악성코드의 집합)를 발견했으며, 전세계 랜섬웨어 공격은 3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공격자들이 랜섬웨어 공격 대상으로 삼은 국가 1위는 '미국'인 것으로 파악됐다. 랜섬웨어 범죄자들이 평균적으로 요구한 금액은 평균 1077달러(한화 약 122만원)로 2015년 294달러(한화 약 33만원)에서 약 3.7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윤 CTO는 "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 의존도가 증가함에 따라 공격 위협에 대한 노출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클래우드 앱의 철저한 관리도 경고했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발생하는 균열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CIO가 조직에서 사용하고 있는 클라우드 앱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할 경우, 새로운 방식으로 위협이 들어오게 될 가능성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아울러 윤 CTO는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가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해 공격자에게 손쉬운 표적이 되면서 공격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라우터, 보안 카메라 등 IoT 디바이스로 구성된 미라이(Mirai) 봇넷이 사상 최대 규모의 디도스(DDoS)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보고서에는 2016년에 IoT 디바이스에 대한 공격 시도가 2배나 증가했으며, 또한 공격 시도가 최고로 활발한 때에는 평균적인 IoT 디바이스의 경우 2분마다 한 번씩 공격을 받은 조사 결과가 담겼다.
윤 CTO는 "과거에는 경제적 목적의 사이버 공격이 주를 이룬 반면, 지난 해에는 체제 전복과 사보타주 활동 등 정치적 의도를 가진 표적 공격이 증가하면서 사이버 공격 동기의 변화가 두드러졌다"며 "보안 위협은 여전히 정교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우리 사회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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