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위기 월풀근로자들 마크롱에 야유, 면전서 "르펜을 대통령으로" 구호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선 결선에서 맞붙는 '숙적' 에마뉘엘 마크롱과 마린 르펜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의 소도시 아미앵에서 격돌했지만, 결과는 마크롱의 '판정패'였다.
마크롱은 이날 고향에서 좌절한 노동계층의 표심을 공략한 르펜의 기습 행보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중도신당 '앙 마르슈'(전진) 대선 후보인 마크롱이 이날 낮 자신의 고향인 아미앵을 찾아 노조대표들과 비공개 면담을 하는 사이,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대선 후보 르펜이 예고도 없이 미국계 가전기업 월풀의 공장을 깜짝 방문하는 '선수'를 쳤다.
월풀이 이곳의 공장을 폴란드로 옮기기로 한 뒤 일터를 잃게 될 근로자들이 파업을 벌이자 르펜은 프랑스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전 등을 내걸고 집중 공략지역으로 삼아왔다.
마크롱이 아미앵 상공회의소에서 노조대표들과 월풀의 공장 이전에 따른 근로자들의 실업 위기와 관련해 면담하는 동안 르펜은 사전 예고도 없이 기자들을 대동하고 월풀 공장을 방문했다.
르펜은 월풀 공장 앞 주차장에서 근로자들과 만나 마크롱을 야만적인 세계화에 찬성하는 친(親)기업 인사라고 비난한 뒤 자신이 진정한 노동자들의 대변자라고 주장했다.
르펜은 "모두가 마크롱이 기업 편이라는 걸 안다"면서 기자들에게 "마크롱이 노조 대표 두세 명을 만나러 갔지만, 나는 레스토랑이 아닌 이곳 공장 주차장에 노동자들과 함께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크롱이 아미앵에 와서도 월풀 공장을 찾지 않은 것은 노동자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펜이 공장 앞을 깜짝 방문하자 일부 근로자들은 그와 함께 앞다퉈 사진을 찍으며 환호하기도 했다.
상공회의소에서 노조대표들과의 면담을 마치고 르펜의 방문소식을 접한 마크롱은 황급히 계획을 수정해 월풀 공장을 찾았다. 그러나 대선 결선 주자로 '금의환향'한 그에게 고향의 노동자들은 환영은커녕 야유와 "대통령 마린 르펜" 등의 구호를 외치며 냉대했다.
월풀의 공장 이전에 항의하며 파업을 벌이는 근로자 일부는 마크롱이 공장을 방문할 당시 멀리서 타이어를 불태웠고 일부는 마크롱의 경호원들을 밀치며 항의하기도 했다.
마크롱은 "르펜이 월풀 공장의 이전 결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르펜이 세계화를 거부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라며 공세를 취했지만, 성난 근로자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아미앵의 월풀 공장을 벗어난 둘은 온라인에서 2차전을 이어갔다.
르펜은 트위터에 "아미앵의 월풀 공장 근로자들을 지지하러 갔다"며 "내가 있으므로 이들의 일터는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마크롱은 "나는 노조대표들과 한 시간 반 가량 면담했지만, 르펜은 카메라 앞에서 지지자들을 공장 주차장에서 10분 만난 것이 고작"이라며 맞섰다.
월풀의 공장 이전으로 290여 명의 월풀 공장 근로자들과 60명의 협력업체 직원들은 내년에 일터를 잃게 되자 르펜의 국민전선은 자유무역의 신봉자인 마크롱이 프랑스의 공장을 외국자본에 팔아치우고 있다면서 이 지역의 반세계화 정서를 자극해왔다.
아미앵의 표심은 이미 르펜에 기울었다. 이곳의 대선 1차 투표 득표율은 마크롱은 21.7%였지만, 르펜은 30.4%로 마크롱을 압도했다.
이번 '아미앵 격돌'에서 볼 수 있듯이 전반적으로 결선 레이스 초반 마크롱의 선거전략이 르펜의 포퓰리즘과 게릴라식 전법을 혼합한 전략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크롱이 각종 여론조사의 우위에 도취해 이미 승리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인터랙티브가 25일 1천30명의 유권자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선거운동의 시작이 성공적이었다'는 의견은 르펜 쪽이 61%였지만 마크롱 쪽은 48%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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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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