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를 탈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약대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이어 나프타까지 탈퇴를 검토하면서 한미 FTA 재검토 등 무역 시장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CNN머니,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나프타 탈퇴 관련 행정명령 초안은 빠르면 이번 주말께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서명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정책 방향성이 불확실하다는 트럼프 행정부에 특성에 비춰보면 서명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나프타 탈퇴 행정명령 발동이 현실화된다면 세계 무역 협상 지도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나프타 재협상 방침을 굳혔고 구체적인 재협상 시기도 오는 8월로 잠정 합의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탈퇴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로 지난 1994년부터 발효된 나프타는 23년째 자유무역의 근간이 돼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31개국이 체결한 나프타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면서 전면 재협상한다는 방침을 강조해왔다.
최근 캐나다가 미국산 유제품에 관세를 부관한 데 따른 보복 조치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 상무부는 캐나다산 목재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상태다.
재협상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나프타를 백지화할 수 있다는 백악관의 엄포가 있긴 했지만 갑작스런 입장 변화에 시장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멕시코 페소화는 달러 대비 2% 넘게 하락했고 캐나다 달러도 0.3%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프타 탈퇴가 확정되면 트럼프 취임 이후 두 번째 다자간 무역 협정 탈퇴 사례가 된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협정 탈퇴 행정명령은 의회 표결이 필요 없는 대통령 고유 권한 중 하나다.
한편 이번 조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국에 영향을 줄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미 FTA 체결 5주년을 맞아 재검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나프타와 같이 돌연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는 탓이다. 앞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 체결 5주년을 맞아 한국과 FTA 재협상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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