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미국 정부가 법인세 인하 등 역대 최대 규모의 감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혁안을 발표했다. 백악관 측은 이번 개편안이 경제성장률 3%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 법인세 35%→15% 조정·납세계층 최소화··· "경제 성장률 3% 달성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 100일(29일)을 며칠 앞두고 나온 이번 세제개혁안에는 법인세 인하와 더불어 소상인과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개별 소득세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돼 역대 최대 규모의 개편안으로 평가된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야 대립의 영향으로 지난 1980년대 레이건 정권 이후 세제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번 개편은 30여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준 것이다.
일단 법인세율은 시장 예상대로 현행 35%에서 15%까지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법인세를 절반 이상 감면하는 것은 유례 없는 파격적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를 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로 나가는 미국 글로벌 기업들을 유인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강조해왔다. 주식배당금 등 자본이득세도 "최대 20%까지 하향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납세 계층을 현행 7개에서 3개로 축소하겠다는 공약도 이번 개편안에 담겼다. 소득세율 기준은 계층별로 각각 10%, 25%, 35%다. 이는 대선 경선 당시 내놨던 기준치(각각 12%와 25%, 33%)에 비교적 근접한 것이다.
세제개편안에는 자본 투자와 부동산 거래 및 보유 관련 세율을 낮추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동안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국경세'는 막판에 제외됐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국경세는 미국에서 수출되는 상품에 대한 세금은 면제하고 수입 과세는 강화하는 것이 골자인 만큼 미국 내 기업 간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번 세제개혁안은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 정책으로, 올해 안에 세제 개편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경제성장률 3%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 부자 감세 논란·회의론 솔솔··· 짬짜미 의회 통과 가능성도
당초 이번 세제개혁안에 대해 큰 기대감을 보였던 시장에서는 기존에 공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 정책으로 미국 경제를 되살리겠다던 트럼프의 과감한 세제개혁 공약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만큼 실망감을 안긴 셈이다.
대선 경선 시절부터 논란이 돼왔던 '부자 감세 논란'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개편안대로 조정된다면, 고소득층 세율이 현행 39.6%에서 35%까지 감소하는 만큼 고소득층은 약 5% 가까이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전직 부동산 재벌이자 기업인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인 수혜 대상에 속한다는 것이 이른바 '셀프 감세'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인세율에 대해 사상 최대폭의 감세 목표를 세우면서 재정 적자 우려도 나온다. 앞서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대로 법인세율을 20%포인트 하향 조정할 경우 향후 10년간 약 2조 달러 규모의 세수가 증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당인 민주당도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기업의 세금 부담 완화에 반대하고 있어 의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제개혁안을 최대한 빨리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해 의회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회의론에 무게가 실린다. 세수 결손분을 채울 수 있는 대안이었던 '국경세' 도입이 보류된 탓이다. 이에 따라 세제개혁안을 일반 법안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예산 조정안' 형태로 마련하는 이른바 '짬짜미' 의회 통과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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