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꺼리고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소비재를 만드는 미국 업체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P&G와 펩시콜라 등의 소비재 기업들은 김빠진 실적을 내놓으면서 미국인의 지출 둔화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존 모엘러 P&G의 CFO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변동성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펩시는 프리미엄 건강음료와 가격 인상에 힘입어 1분기 순익 성장을 기록하긴 했으나, 라이스에이로니나 앤트제미마와 같은 워커푸드 사업부의 매출은 감소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인들의 지출은 점점 둔화되는 추세를 그리고 있다. 자료 집계업체 닐슨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미국에서 소비재 구매는 전년비 2.5% 줄어들었다.
미국 경제에 약 2/3를 기여하는 소비 지출이 저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28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할 1분기 미국 성장률이 연율 1.1%에 그쳐 전분기에 기록한 2.1%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해왔다.
미국의 가계 지출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임금 인상과 에너지 가격 하락, 소비자물가 정체를 바탕으로 견조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대체로 지출 증가는 소비재보다는 주택 리모델링, 자동차, 오락 등에 집중됐다.
그러나 올해 1~2월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가팔라지면서 1분기 전체 소비 지출이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IHS 마킷의 크리스 크리스토퍼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말했다.
아울러 그는 “소비자 행동에서 변화가 생겼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구매가 늘고 결혼을 하지 않고 작은 집에 살며 아이들을 많이 낳지 않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추세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자체매출액(organic sales) 1% 증가에 그친 P&G의 모엘러 CFO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최저가를 찾고, 가지고 있던 물건도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에서 남성들 사이에서 수염을 기르는 게 유행이 되면서 자체매출 6%를 차지하는 면도기 수요가 대폭 줄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동안 중소형 업체들의 매출은 2.4% 늘었지만 20대 소비재 기업들은 매출이 전년비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소비자 입맛이 건강식으로 이동하면서 고전하는 네슬레의 마크 슈나이더 CEO는 “여타 경제 지표는 호조를 나타내지만 우리는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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