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기업계의 여걸이자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과 10억 위안(약 1636억5000만원) 통 큰 내기로 유명한 둥밍주(董明珠) 회장의 거리(格力)전기가 상장 이후 최대규모 현금 배당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거리전기가 현금 배당에 후한 데다 최근 실적 증가, 주가 상승 등이 배당액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거리전기가 26일 지난해 실적보고서를 발표하고 순익의 70.22%에 달하는 108억 위안(약 1조7674억원)을 주주에 배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거리전기가 선전 증시에 상장한 후 사상 최대 규모로 중국 황제주로 최근 시가총액 5000억 위안을 넘어선 구이저우마오타이의 80억2600만 위안도 크게 웃도는 파격적인 액수다. 보유주식 10주당 18위안의 배당금이 붙는 셈이다.
2012년 '둥밍주 시대'가 열리면서 거리전기는 후한 현금배당으로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지난 2013년 총 순익 74억4600만 위안의 40.4%에 달하는 30억800만 위안을 배당했고 2014년에는 순익 63.31%에 해당하는 90억2400만 위안을 주주에게 나눠줬다. 지난 2015년의 경우 전년대비 매출과 순익이 모두 감소했음에도 순익의 71.48%에 해당하는 90억2400만 위안을 배당했다.
특히 이번 배당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최근 거리전기의 실적 상승세와 낙관 전망 확산의 영향이다. 거리전기의 지난해 매출은 1083억3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10.8% 증가했다. 순익은 23.05% 급증한 154억21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거리전기 실적 개선, 중국 경기 안정, 선강퉁(선전거래소와 홍콩거래소간 교차거래 허용) 개통 등의 영향으로 주가도 급등하는 추세다. 지난 1월 13일 24.16위안 수준에서 지난주 34.18위안까지 치솟아 시총이 2050억 위안에 육박하기도 했다. 거리전기는 지난해 12월 선강퉁 실시 후 외국인 투자자가 주목한 인기 종목으로 중국 대표 백마주(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춘 대형주)로 평가된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둥 회장의 자신감도 커졌다. 샤오미와의 내기에서도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둥 회장은 지난 2013년 관영 중국중앙(CC)TV가 주최한 '올해의 경제인물' 시상식에서 만난 레이 회장이 "5년 내 샤오미가 거리전기의 매출을 뛰어넘는다"고 하자 어림없다며 거액을 건 내기에 나서 이슈가 됐다. 이에 대해 최근 둥 회장은 "내년이면 결과가 나온다"면서 "문제없다, 거리의 승리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둥 회장의 자신감은 거리의 상승세에 더해 최근 샤오미의 부진에 근거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중국 대륙을 장악하며 스마트폰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샤오미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화웨이는 물론 OPPO, vivo 등에 밀려났다. 해외시장과 스마트 가전 진출 등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지만 뚜렷한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샤오미의 매출은 780억 위안, 지난해 매출은 이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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