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365] 암행어사 박문수에게서 배우는 최장수 서울시장의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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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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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부 강승훈 차장

[사회부 강승훈 차장]

역대 민선 최장수 서울시장의 기록을 박원순 시장이 매일 써 나가고 있다. 작년 12월 22일 재임 1884일을 맞아 기존 오세훈 전 시장의 1883일이 훌쩍 넘어섰다. 6년째 서울시정을 이끌고 있는 박 시장은 지난달 17일 재임 2000일, 같은 달 말 2013일을 달성했다.

올해 11월 16일이면 관선 22대(1988년 12월 5일~1990년 12월 26일)와 민선 31대(1998년 7월 1일~2002년 6월 30일)를 지내 민·관선을 통틀어 가장 오랜 기록이던 고건 전 총리와도 2213일로 동일해진다. 그리고 2018년 6월 30일 정해진 임기를 모두 채우면 2439일이란, 그야말로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간 박 시장은 여러 성과를 냈다. 약 30조원에 이르는 살림살이 가운데 34.4% 규모인 8조원을 복지분야로 편성했고 임대주택 8만 가구 공급, 반값 등록금 시행, 환자안심병원 운영 등이 두드러진다. 또 채무 7조원 감축을 비롯해 친환경 무상급식 전체 초·중학교 확대, 지하철 9호선 및 우면산터널 '최소운영수입보장' 폐지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복지는 확 늘리고, 빚은 줄였다'고 자평한다. 이 밖에 2015년 6월 메르스(MERS) 확산 방지 긴급조치, 취·창업을 준비 중인 19~29세 시민에 최장 6개월간 현금이 담긴 클린카드를 지급하는 이른바 '청년수당', 단돈 1000원이라도 금품·향응을 수수한 경우 중징계하는 공직사회 혁신대책인 '박원순법' 등이 포함된다.

반면 그 이면에는 크고 작은 사고도 잇따랐다. 2016년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청년 정비공이 전동차에 치여 숨진 승강장 안전문제가 대표적이다. 유해 및 위험업무를 무차별적으로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그 원인이었다. 한 달 급여 140여만원에 정해진 수리시간을 맞추느라 끼니도 제때 해결하지 못한 노동자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앞서 박 시장은 야권의 대선주자로 나섰다가 중도 하차하며 "성찰과 단련의 계기로 삼겠다. 서울을 안전하고 시민들이 행복한 세계 최고의 글로벌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앞으로 1년하고도 1개월의 남은 임기 동안에 권한만큼이나 책임이 클 수밖에 없는 박 시장의 남은 과제를 담은 말이다.

향후 박 시장의 행보를 조선시대 한성판윤에서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지금의 서울시장과 같은 직책이다. 한성부를 다스리던 한성판윤은 6조판서와 동등한 정2품의 경관직이었다. 의정부 좌·우참찬, 6조판서와 함께 아홉 대신을 뜻하는 9경(卿)에 포함되는 중요한 자리였다.

한성판윤을 지낸 인물로는 명재상으로 꼽히는 조선 전기 황희(1363~1452) 및 태종 8년과 세종 원년에 걸쳐 첫 연임했던 맹사성(1360~1438), 행주대첩 명장 권율(1537~1599) 등이 꼽힌다. 이들은 옛 서울시장이었고, 역사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민심이 인정한 일꾼이었다는 게 공통점이다.

특히 또 한명의 한성판윤이자 암행어사였던 박문수에 주목하고자 한다. 역대로 민중들에게 가장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인물이다. 당시 한성부의 수장은 형사사건도 담당했다. 제반 소송과 재판에 관한 사무도 맡은 사법기관이었던 셈이다. 박문수는 뇌물을 좋아하는 지방군수를 파직시켰고, 편전회의에 참석해 왕 앞에서 당당하게 얼굴을 들고 직언을 했다고 한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보자. 서울시장은 국무회의 때 안건에 대한 의결권이 없지만 배석자 자격으로 상시 참석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발언권을 얻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또 본청 및 사업소 1만8000여명에 이르는 지방공무원의 징계 추진이 가능하다. 한성판윤과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박 시장은 본인 스스로가 평소 강조하는 '청렴특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신뢰 향상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명성을 쌓기는 어렵지만 허물기는 순식간이다. 박 시장은 보여주기식 치적이 아닌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사명을 수행하길 제언한다. 조선시대 영웅으로 불린 박문수처럼 박 시장도 시민들에게 인정받으며 언제까지나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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