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출된 개인정보로 불법 카드대출…뒷감당은 소비자 몫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5-01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회사원 A씨(30)는 얼마 전 카드사 고객센터에서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해외에서 부정사고로 의심되는 거래가 발생해 400만원이 넘는 금액이 결제됐다는 것이다. 부정사용 된 건은 카드사에서 즉시 결제를 취소했지만 일부 금액(30만원)은 다음 달 A씨가 변제해야 한다. 

A씨는 "부정사용된 수백만원 중 일부만 승인이 취소돼 남은 금액은 (회사 측에서)내가 부담해야 된다고 했다"며 "돈을 낼 수 없다고 했더니 원금에 연체이자까지 물리겠다고 말해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를 잃어버린 적도 없다"며 "고객 정보 유출은 카드사가 해놓고 책임은 소비자에게만 떠넘기는 행태가 괘씸하다"고 비난했다. 

최근 해외에서 복제 카드를 사용한 부정 인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사기범들은 빼돌린 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은 물론 메신저 피싱, 파밍, 스미싱, 메모리해킹, 악성코드 등 첨단 수법을 동원해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교묘하게 털어가고 있다.

초기에는 금융지식이 부족한 일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이뤄지던 범죄 수법도 점차 연령·직업·계층을 뛰어넘어 전 국민을 상대로 발생하고 있다. 금융사기는 삶의 의욕마저 꺾어놓는 서민 경제의 암적인 존재인데도 금융사들은 부실한 내부통제로 이들에게 범죄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금융사들의 미온적인 대처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또 다른 피해자인 김모씨(34)는 휴대폰의 착·수신이 갑자기 중단된 점을 이상히 여겨 통신사에 문의했더니 도용된 개인정보로 불법 휴대폰이 개통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범죄조직은 불법 개통된 A씨 명의의 휴대폰으로 카드사에서 600만원의 대출을 받았고, A씨 계좌가 있는 2개 은행은 범죄 행위를 돕는 데 활용됐다.

실제로 김씨의 경우 범죄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경찰에 신고한 뒤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을 찾아 계좌를 폐쇄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해당 은행은 고객 불편을 핑계로 계좌를 임의대로 정지하지 않았고, 결국 범죄를 막지 못했다. 그런데도 금융사는 피해자인 김씨가 100% 채무를 변제하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고객 정보를 활용한 부정대출 등의 범죄가 발생하면 사후 처리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불법에 연관된 금융사들은 서로 남탓하기 바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부쩍 늘어난 해외 금융범죄의 발생과정을 추적해보면 금융사 내부 보호막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원칙대로 이뤄져야 할 위험관리가 '이제껏 큰 문제 없었다'는 식의 관행 때문에 무력화됐는데도 금융사들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