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부정사용된 수백만원 중 일부만 승인이 취소돼 남은 금액은 (회사 측에서)내가 부담해야 된다고 했다"며 "돈을 낼 수 없다고 했더니 원금에 연체이자까지 물리겠다고 말해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를 잃어버린 적도 없다"며 "고객 정보 유출은 카드사가 해놓고 책임은 소비자에게만 떠넘기는 행태가 괘씸하다"고 비난했다.
최근 해외에서 복제 카드를 사용한 부정 인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사기범들은 빼돌린 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은 물론 메신저 피싱, 파밍, 스미싱, 메모리해킹, 악성코드 등 첨단 수법을 동원해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교묘하게 털어가고 있다.
초기에는 금융지식이 부족한 일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이뤄지던 범죄 수법도 점차 연령·직업·계층을 뛰어넘어 전 국민을 상대로 발생하고 있다. 금융사기는 삶의 의욕마저 꺾어놓는 서민 경제의 암적인 존재인데도 금융사들은 부실한 내부통제로 이들에게 범죄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금융사들의 미온적인 대처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김씨의 경우 범죄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경찰에 신고한 뒤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을 찾아 계좌를 폐쇄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해당 은행은 고객 불편을 핑계로 계좌를 임의대로 정지하지 않았고, 결국 범죄를 막지 못했다. 그런데도 금융사는 피해자인 김씨가 100% 채무를 변제하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고객 정보를 활용한 부정대출 등의 범죄가 발생하면 사후 처리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불법에 연관된 금융사들은 서로 남탓하기 바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부쩍 늘어난 해외 금융범죄의 발생과정을 추적해보면 금융사 내부 보호막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원칙대로 이뤄져야 할 위험관리가 '이제껏 큰 문제 없었다'는 식의 관행 때문에 무력화됐는데도 금융사들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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