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지난해 12월 14일 팀 쿡 애플 CEO,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알파벳 CEO,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COO,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CEO 등 실리콘 밸리 거대 IT 기업의 최고 인사들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이 있었다.
'테크 서밋'으로 불렸던 이 모임을 주선한 사람은 대선 기간 실리콘 밸리의 유일한 트럼프 지지자였던 억만장자 벤처 투자가 피터 틸이었다. 그는 페이팔 공동창업자이면서 페이스북의 이사회 멤버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모두 발언에서 "피터에 대한 감사로 시작하겠다"고 말했고, 회의가 끝난 뒤에는 틸의 손을 잡고 "당신은 매우 특별한 친구"라고 공개 석상에서 추켜세웠다.
이후 그가 트럼프 행정부의 요직을 차지할 것이라느니, 실리콘 밸리와 백악관을 연결하는 '다리'가 될 것이라는 등의 관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난 28일 현재 그의 존재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난 1월에 그가 독일 대사로 갈 것이라는 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이내 사그라졌다.
IT 업계의 한 로비스트는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0일간 있었던 어떤 IT 관련 모임에서도 피터 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했고, 다른 로비스트들도 그가 IT 관련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한 징후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 밸리 소식통들은 "그가 자신이 세운 데이터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팔란티르와 페이스북 이사회의 일에 더 집중하고 있다"면서 백악관과 거리를 두고 있음을 인정했다.
지금까지 IT 정책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그나마 실리콘 밸리 관련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게리 코 백악관 수석경제보좌관과 그레이스 고 대통령 기술·통신 특별보좌관 정도다. 이들이 틸과 직접적인 연결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틸이 H1-B 비자, 국제 무역, 인터넷 감시와 같은 민감한 IT 현안과 관련한 정책 갈등이 고조되면 그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가 여전히 실리콘 밸리와 관련해 '트럼프의 귀'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백악관과 실리콘 밸리가 충돌한 사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과 관련해 IT 기업들이 법원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 정도다. 아직 양측의 첨예한 갈등이 없었고, 틸이 나설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틸의 사람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백악관과 국방부에 일부 합류한 것 역시 그의 영향력이 아직 살아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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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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