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어린이날이요? 5월 연휴 중 하루도 못 쉽니다."
대전 유성구에서 비바돈까스를 운영하는 장모(38)씨는 1일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씨는 한국 취업자 중 20%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다. 대학 졸업 후 29세부터 1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
몇 년 전 결혼해 3살짜리 아이가 있지만, 연휴 중 어떤 날 손님이 많을지 알 수가 없고, 하루 쉬는 것이 고스란히 재정 압박으로 돌아와 어린이날도 쉴 수 없다.
그는 "연휴라고 해서 음식점이 모두 대목은 아니다"라며 "휴가가 겹쳐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손님이 적다"고 전했다.
가게 문을 닫을 수 없지만 어린이날인데 아내한테만 아이를 맡길 수도 없다.
장씨는 오후 2∼5시 휴식 시간 때 아이를 데리고 인근 공원에 들를 예정이다.
그는 "아이가 어려 아직 어린이날에 대한 개념이 없지만 내년부터는 부모와 놀러 가는 친구들을 보며 자신도 같이 놀아달라고 조를 듯하다"며 "아이와 놀아줄 것인가, 하루라도 더 일할 것인가, 매년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공휴일에 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10년 장사하면서 하루 쉬는 게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아니까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자영업자들이 다 비슷한 상황이고 노는 곳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정부에서 일·가정 양립과 출산율 제고 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지만, 장씨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책은 많은데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결과와 반응이 어떤지에 대한 조사가 부족한 듯하다"며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도 남들이 쉴 때에는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계통 중견업체에 근무하는 김모(41)씨의 딸은 중학교 1학년이지만 김씨는 딸이 자라는 동안 어린이날을 함께 보낸 적이 그다지 많지 않다.
올해 어린이날도 김씨는 딸을 놔두고 일터로 나가야 한다.
김씨는 "공휴일에 오히려 일이 더 많아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외근직이라 현장에 나가면 어린이날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딸이 생각나 속이 상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잠실에 살고 있는 그는 일하러 나설 때 인근 놀이공원에 놀러 오는 가족들을 볼 때도 마음이 불편하다.
김씨는 "딸이 처음에는 어린이날 일한다고 하면 아쉬워했으나 이제 그러려니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비록 어린이날은 못 쉬지만 그래도 올해는 3일날 당일치기로 가족여행을 다녀오려 한다"고 전했다.
맞벌이하느라 딸이 혼자 있는 날이 많은 것도 김씨는 신경이 쓰인다.
김씨는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정책이 좀 더 많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특히 어린이날은 회사 눈치 보느라 쉬지 못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간을 늘리거나 날짜를 특정 요일로 바꾸는 방안도 고려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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