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조선사에 의존했던 중소기업들이 자사가 갖고 있는 기술에 중진공의 지원을 받아 신사업과 해외진출이란 카드로 희망 찾기에 나섰다.
지난 27일, ‘화창한 날씨’와는 반대로 ‘불황 터널’ 속을 지나고 있는 경남 거제와 통영을 찾았다. 조선업의 메카로 불렸던 이곳은 2015년 수주 절벽에 빠진 데 이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거제에 위치한 선박 구조물 가공기업인 ‘칸정공’과 통영에 자리 잡은 조선용 보강재 절단업의 ‘청암산업’은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며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해양플랜트의 구조물을 만드는 작업 중입니다. 재질이 철이 아니라 알루미늄입니다. 알루미늄 용접기술은 숙련된 기술력을 갖춰야만 가능하죠.” 박기태 칸정공 대표가 치켜세운 회사 경쟁력이다. 알루미늄 해양플랜트와 선박 구조물을 가공하는 칸정공은 이 같은 기술을 통해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급증했다.
원가절감 아이디어에 자사만이 보유한 독과점 아이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엔 알루미늄 선박을 자사의 경쟁력으로 특화시켜 레저용 선박, 어선, 해군 경비함 등까지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불황의 늪에 빠진 조선업만을 바라볼 수 없는 만큼 알루미늄 가공업과 연관된 신사업으로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 나선 것. 중진공의 정책자금 지원에 힘을 받아 신재생에너지 사업인 태양광에 도전했고, 현재 뉴질랜드와 호주로 ‘태양광 가로등’을 수출하고 있다.
박 대표는 내년 신재생 사업 매출 비중을 15%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그의 자신감은 칸정공 공장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 가로등’에서 알수 있었다.
차량의 핸들을 돌려 다시 북쪽 방향으로 1시간, 이번엔 통영 내륙에 위치한 청암산업이 나타났다. 절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내 공장 내 큰 공터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 공터에 선박 제조 시 쓰일 재료들이 쌓여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일감 물량 대신 이렇게 흙먼지만 날리고 있습니다.”
정연면 청암산업 대표는 “하루가 지나면 지날수록 철을 절단하는 소리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 이곳의 물량과 매출은 한눈에 봐도 알아볼 정도로 매월 크게 감소하고 있다. 수주 물량이 지난해 10월 2000t에서 최근 500t 내외까지 줄었고, 매출 또한 같은 기간 4억원 이상 빠졌다. 5월부터는 작업자도 19명으로 줄여야 할 판이다. 선박‧해양플랜트 보강재를 만들어주는 절단 작업만을 하고 있는 만큼, 조선소에서 선박 수주가 없게 되면 일감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 절단산업은 조선업 모든 분야가 필요로 하는 사업으로, 이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볼 계획”이라며 “중진공이 진행하는 수출간담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사업 구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탐방 내내 함께한 김정원 중진공 경남서부지부장은 “거제, 통영은 70~80%가 조선업에 종사하고 의지하고 있다”며 “2015년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올해 들어 살아날 기대감을 갖고 있는 만큼 중진공도 정책자금과 인력지원 등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불황의 늪에서 가만히 주저앉아 있지 만은 않겠다는 경남 중소기업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조선업의 하반기 물량 증가와 내년 상반기 정상회복이란 값진 열매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통영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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