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국내 '빅3' 철강사들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변덕스러워진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 움직임에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리는 한편, 제3국 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주요 철강사는 고부가가치 소재 제품 판매를 늘리고, 제3국 투자를 병행해 미국 시장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사문화한 자국 산업 보호법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수입철강에 대해 발령하는 등 규제 수위를 높여가자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우리나라에 총 392건에 이르는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데, 이 중 202건(51.3%)이 철강제품에 집중돼 있다.
대표적으로 앞서 지난 3월 31일 포스코가 미국 상무부로부터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에 대해 예비관세(6.82%)보다 늘어난 11.07%의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은 바 있다.
무역확장법의 목표 대상은 중국이지만, 국내 철강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미국에서 한국산 철강 제품 비중은 세 번째로 큰 만큼, 언제든지 제재 대상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를 위해 업계에서는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 및 판매 확대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각각 초고장력장판, 고강도철근, 컬러강판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우수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키워나간다면, 미국 정부도 관세를 매기는 데 있어 신중해 지지 않겠느냐"며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한국산 제품의 가격이 비싸진다면 결국 부담은 미국 내 기업들에게 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이들 3사는 제3국 투자를 통한 거래선 확보로, 미국 시장에서 발생한 손실을 상쇄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제철은 최근 인도 시장에 공장을 세운 기아자동차에 맞춰 현지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도 권오준 회장의 연임 이후 주요 공략지로 인도를 꼽고, 자동차강판 판매를 늘리기 위한 전략을 수정했다.
동국제강도 마찬가지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지난 27일 철강업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열린 '철강협회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삼성전자와 LG를 따라 해외에 철강 가공센터를 설립하겠다"며 "미국이 아닌 제3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지만, 반덤핑 관세로 인해 받는 피해는 현재 일각의 우려처럼 크지 않다"며 "다만 추가적인 규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제3국 투자는 원래 거래선을 확보하고, 수익성 증대 차원에서 고려했던 것"이라며 "시기가 앞당겨진 감은 없지 않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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