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5·9 대선'이 막바지에 들어서며 야권의 심장인 호남의 기류가 심상찮다. 그동안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 각각 흩어졌던 표심이 '헤쳐모일' 조짐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녹색바람'을 불게 한 진원지인 호남은 대선을 앞두고 반(反)문재인 정서 등으로 안 후보가 우세할 거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는 더불어민주당 문 후보 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분위기다.
1일 광주 상무지구에서 만난 오병화씨(43)는 "그동안 민주당이 미워서 안철수를 지지했는데 새누리당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적폐 청산, 안보·외교 등 난세의 문제를 야무지게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이 끝나면 국민의당 존립 여부가 걱정된다"고 했다.
국민의당이 각종 토론회, 유세현장에서 햇볕정책,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문제까지 거론하는 것도 반감을 사고 있다. 순천 웃장 국밥 집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DJ 비서실장 박지원, 민주당 대표였던 손학규 그 양반들 누구보다 지역감정, 색깔론 트라우마로 고생했던 사람들이 보수표를 얻기 위해 종북몰이로 문 후보를 공격했다"며 "아무리 죽기 살기로 싸우는 선거라지만 분명 금도라는 게 있는데 이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런 분위기는 여론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남일보 등 지방 7개 신문사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달 28∼29일 전국 유권자 22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3차 여론조사(응답률 11.8%, 표본오차 95%·신뢰수준 ±2.1%포인트)에서 광주·전남은 문 후보가 52.6% 지지율로 33.7%를 기록한 안 후보를 20%포인트가량 앞섰다. 광주·전남·북 등 호남권 전체 지지율도 문 후보 54.3%, 안 후보 34.2%를 기록했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문 후보로 결집한 반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을 놓고 오락가락한 노선 변경에다 새 정치를 하겠다는 안 후보 주변 인물,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의혹,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 3자 단일화 여론으로 인한 불분명한 정체성 등 반복적인 실망이 더해지면서 안 지지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세가 강한 목포도 문 후보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달 29일 목포역에서 문 후보 유세를 지켜보던 이석규씨(54)는 "생각보다 많은 50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 놀랐다"며 "지난달 24일 안철수가 이곳에 왔을 때는 많아도 800여명이 찾는 등 문 후보로 돌아서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의 한계, 반 박지원 정서 등이 급부상하면서 문 후보가 준비된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대세론에도 일부 층은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전북 익산의 한 시민은 "과거에는 진보후보가 한 명이어서 밀어줬는데 이번에는 마음이 가는 후보가 없어 고민 중"이라며 "선거 당일 결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합리적 보수를 추구하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 대해 호감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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